고통과 불안의 초상[이은화의 미술시간]〈371〉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움츠린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일그러진 얼굴, 초점 잃은 큰 눈, 위축된 자세 등 여자는 두려움과 불안에 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체 그녀는 누구이고, 무엇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걸까? 이 인상적인 초상화는 섕 수틴이 그린 ‘미친 여자’(1920년·사진)다. 강렬한 색채와 거친 붓질, 심리적으로 불안정해 보이는 표정, 과장된 표현 등 그의 그림 특징을 잘 드러내는 대표작 중 하나다. 수틴의 원동력은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와 제1, 2차 세계대전의 고통에서 기인한다. 1893년 러시아 제국 리투아니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수틴은 혹독한 가난과 차별을 겪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가난한 재봉사였던 아버지는 이를 못마땅해했다. 심지어 아들이 초상화를 그릴 때면 매질을 했다. 그럼에도 수틴은 꿋꿋하게 화가의 꿈을 키웠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할 때도 그는 주류 미술계에 속하지 못한 이방인이었다. 대신 같은 유대계 외국인 화가였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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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