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려와 무례는 한 끗 차이[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갓 귀농한 젊은 부부를 봤다. 농사가 서툰 남편은 잡초가 무성한 밭에서 손가락만 한 고구마를 캤다. “세상에, 이렇게 작은 고구마 본 적 있어요?” 남편이 웃자 “고구마 사세요. 세상에서 제일 작은 고구마 사세요!”라며 아내가 장난을 쳤다. 농사를 망친 것임이 틀림없는데도 부부는 한 줌 되는 고구마를 담아서 집으로 돌아갔다. 남편은 아내에게 고구마밥을 지어주겠노라 했다. 조그만 고구마를 과도로 서툴게 손질하니 그나마도 돌멩이만 해졌다. 쌀을 씻고 고구마를 넣어 밥을 안치는 남편의 손길은 느릿느릿 정성스러웠고 그사이 뉘엿뉘엿 해가 저물었다. 밥을 다 지은 밥솥을 열자 고구마는 강낭콩처럼 몇 알 심어둔 모양새. 그런 고구마밥도 귀엽다며 부부는 웃음을 터뜨렸다. 산속에 작은 집, 노란 불을 밝힌 식탁에서 두 사람은 고구마밥과 김치가 전부인 저녁을 먹었다. 그 장면을 되게 흐뭇하게 지켜봤다. 부부가 너무나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농사도 요리도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