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필도, 대언도… 결국 나를 고백하는 것

한시에선 일찍부터 대신 말하기(代言)란 글쓰기 방식을 사용해 왔다. 당나라 때는 이전보다 대신 말하기를 활용한 시가 더 유행했다고 한다. 이상은(李商隱)이 남긴 다음 시도 그런 예 중 하나다.시인은 애정시에 특히 뛰어났는데, 이 시에선 여성의 목소리를 빌려 사랑하는 이에게 애절한 이별의 아픔을 편지 쓰듯 노래했다. 보통 남에게 보내는 시는 제목에 수신자가 명시되지만, 대신 쓴 작품이기에 어떤 이를 대신해서 누구에게 보낸 사연인지는 알 수 없다.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2013년)에서도 주인공 테오도르가 남편에게 보내는 부인의 결혼 50주년 축하 편지를 대신 쓰는 장면이 나온다. 그의 대필 편지는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부부간의 사랑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듯하지만, 정작 자신은 아내와의 갈등과 소통 부재로 이혼을 앞두고 있다.테오도르가 아내와 좋았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해 대면하길 주저한다면, 시의 화자는 헤어진 임에 대한 그리움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펴지지 않는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