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랑스의 술,압생트와 파스티스[정기범의 본 아페티]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 한여름에 갈 때면 잊지 않고 마시는 알코올이 있다. ‘파스티스(pastis·사진)’라는 독특한 술이다. 이 술을 처음 접한 것은 20여 년 전 우리네 한려수도에 비견되는 절경을 자랑하는 ‘칼랑크’(기암절벽에 둘러싸인 좁고 긴 바다의 만)를 보려 페리에 오르기 전 남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들른 허술한 부둣가 카페에서였다. 웃통을 벗어 던진 아저씨들이 참새처럼 한 줄로 앉은 모습이 흥미로워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다음 웨이터에게 저들이 마시는 음료를 달라고 했더니 파스티스가 나왔다. 커다란 글라스에 조금 담겨 나온 파스티스 위에 물과 얼음을 더하니 투명한 액체가 금세 우윳빛으로 변한다. 향신료 아니스와 복합적인 허브가 주는 묘한 청량감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면서 배 속까지 시원해지는 맛이었다. 위장 장애와 관련해 의학적인 목적으로 스위스에서 발명된 파스티스의 형님뻘인 압생트는 19세기 후반에 프랑스 남부로 전해졌다. 이 술은 아를(Arles)에 정착했던 화가인 고흐가 고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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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