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코끼리와 ‘음쓰봉’[동아광장/김석호]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에 애를 먹는 나에게 함께 사는 딸은 아기코끼리가 먹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라고 한다. 오호라! 나 스스로 아기코끼리가 되어 ‘음쓰봉’(음식물쓰레기봉투)에 넣을 수 있는 것을 선별하니 한결 쉬워진 느낌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아기코끼리가 아닌 이상 그 입장을 완벽하게 공감하는 게 불가능하고, 설령 안다고 해도 이를 모두 실천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다. 고추장과 된장은 아기코끼리가 먹을 수는 있으나 염도가 높아 건강에 해롭다. 사과씨는 그냥 버려도 되지만 복숭아씨는 분쇄하기 전에는 일반 쓰레기다. 생선 가시를 만만히 보고 버렸다가 아기코끼리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그럼 염도가 높은 신 김치는? 오히려 생각이 더 복잡해지고 결정이 더 어려워졌다. 공감하고 이해한다고 해서 실천이 쉽지 않다. 아기코끼리와 씨름하면서 난 이 문제가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 인권을 다루는 우리의 모습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민주주의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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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