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귀국영상 보고 영화 만들기로 결심”

구부정한 허리, 초점 없는 눈동자의 한 여인이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온다. 백발의 상궁들은 그 앞에 엎드려 오열한다. “이제 오셨습니까! 아기씨.” 하지만 37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여인은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영화 ‘덕혜옹주’(3일 개봉)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허진호 감독(53·사진)은 2007년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한국사 전(傳)’의 ‘라스트 프린세스 덕혜옹주’ 편을 보면서 이 장면을 구상했다. 허 감독은 쉰 살의 덕혜옹주와 늙은 상궁이 재회하는 모습을 영화 속 최고 장면으로 꼽았다. 영화 ‘덕혜옹주’는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벌써 116만 관객을 모았다. 조선 고종의 고명딸인 덕혜는 열세 살에 일본에 끌려가 일본인과 정략결혼을 하고 정신병원에 갇히는 등 비참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덕혜는 비극적 운명의 개인이었을 뿐, 위인은 아니었다. 주어진 운명에 순응했던 덕혜가 과연 대중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까. 허 감독은 고민했다. 그는 “2009년 소설 ‘덕혜옹주’가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