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강아지 덕배는 제가 변기에 올라앉아 신문을 볼 때면 어김없이 제 앞에 자리잡고 앉습니다. 가끔 제가 신문을 접고 물어 봅니다. 넌 고어가 이길 것 같으냐, 부시가 이길 것 같으냐. 덕배는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자기도 좀 어려운가 봅니다.
당선을 알리는 핸드폰이 울리는 순간에도 저는 변기에 앉아 있었습니다. 기쁜 마음이 솟아오르는 동시에 아,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같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극적인 순간을 지지리도 어정쩡한 포즈로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마술을 다룬 제 글은 우리 주변이 똑부러지게 설명할 수 없는 희한하고 신기한 것으로 채워져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편으로는 드라마처럼 멋있다기 보다는 다들 촌스럽고 어정쩡하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은 졸업식 날 양복에 흰 운동화 신고 오신 우리들 아버지처럼 생겼을 것 같습니다. 그 우스움이 세상에 정이 들게 합니다.
무척 기뻤습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절 믿어주신 부모님과 가족들, 특히 씩씩한 마누라가 너무 고맙습니다. 친구들과, 영화에 조금이나마 눈을 뜨게 해 주신 흥식형에게 고맙습니다. 신정7동 사이버 동지기 문재두님 덕분에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글을 읽고, 글을 쓰려 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한편 만드는 꿈이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면 화장실에 줄 서 있는 사람들 얼굴이 이뻐보이고, 밖에 눈이라도 소복 왔을 듯 마음이 달뜨는 그런 영화 한 편을 만들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못난 글을 선택해 주심에 깊이 감사드리고, 지금부터 모질게 해보라는 뜻임을 명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