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글마당:그리운 얼굴]

1989년 8월, 중학교 1학년때의 수학여행 첫날밤.

빨간 체육복을 입고 이불 한장을 14명이 함께 써야 했던 지방의 여관방은 전깃줄이 문틈에 너덜거리고, 벽은 금이 가 있는 등 대단히 허름했다.

취침 전 점호준비 때, 점호교관 아저씨가 우리들의 장난을 다 받아 주면서 사진까지 찍어줬다. “야, 내 얼굴 가리지 마” 야단법석 중에 오른쪽 양갈래머리 모양의 나도 뒤질세라 “좀 비켜라 야. 아저씨, 여기요”라고 소리쳤다.

입시 고시 걱정이 없었던 한 때, 친구들의 요한한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들려온다.

박아림/22세·서울 서대문구 연희3동

♣ 위의 사진은 동아일보 '뉴스플러스'에 실린것을 전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