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의 사진에 한가족의 희노애락이 배어나오는, 6·25직전인 1949년에 찍은 귀중한 사진이다. 충남 천안군 풍세면 용정리에서 환갑을 맞은 외할아버지는 갓을 쓰고 두손을 소매속에 감추셨다.

바로 뒤 얼굴만 보이는 어머니(현광길·당시 15세)의 모습이 달덩이처럼 고우신데, 그 어머니가 내년에 환갑을 맞는다.

명절이면 어머니는 타계한 당신의 부모 사진을 보며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어렸을때 너무 추워 학교에 가기 싫어하면 외할아버지께서는 『그러게, 들판에 까마귀가 얼어 죽어있더라』고 농담하며 학교길로 내몰았다고 한다.

앞쪽에 올망졸망 앉거나 서있는 꼬마들이 지금은 50줄에 들어있는, 이번 추석 친정나들이에서 만나게 될 반가운 외사촌들이다.

유정미<30세·주부·충남 천안시 다가동>

♣ 위의 사진은 동아일보 '뉴스플러스'에 실린것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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