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면 아카시아 향내 그윽한 교정에서 우리들의 꿈을 키웠고 흐드러지게 핀 벚꽃 울타리에 우정을 심어놓았던 청주여상고 시절.

1976년 여름의 수학여행 길, 부산 태종대 부근에서 찍은 사진이다. 가운데 앉은 우리들의 짝사랑 상대였던 영어 담당 유기일선생님(현재 서울 서문여고 재직)을 둘러싼 여덟명(나는 왼쪽 끝)의 표정에서 그 시절의 설렘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안타깝게도 그중에서 맏며느리 후보였던 미란은 서해훼리호 침몰이라는 엄청난 사고로, 필순은 신혼의 단꿈을 뒤로 한 체 교통사고로 세상을 버렸다.

어느덧 중년의 길목에 접어든 다른 친구들도 자주 연락은 못하고 있다.

정영선<39세·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마두1동>

♣ 위의 사진은 동아일보 '뉴스플러스'에 실린것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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