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닷 컴[그리운 얼굴]

29년전 이웃집 언니와 찰칵

1970년 전북 익산시 주현동에서의 유년시절, 한 집에 여러 가구가 살던 때 이웃의 이춘주 언니(36·오른쪽)와 함께 집안 뜰에서 놀다 가 찍힌 사진이다.

한창 더울 때라 팬티 바람에 소꿉놀이하던 중이었다. 사진 속의 봉숭아가 꽃이 필 때는 언니와 함께 손톱에 물을 들이기도 했다. 나 보다 두살 많은 언니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주로 나에게 양보했고 딱지치기나 구슬치 기로 곧잘 놀아주곤 했다.

언니네는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 이사간 뒤 왕래가 없다가 이리여고에 진학해 보니 언니가 같은 학교 선배가 돼 있었다. 그리고 몇 년 뒤 어머니들의 왕래를 통해 언니의 결 혼 소식을 듣고 식장에 참여한 게 언니를 본 마지막이었던 듯하다.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정말 보고 싶다. 나는 어느새 사진 속의 나만한 딸의 엄마가 됐다.

김정희/ 34세·전남 순천시 연향동

♣ 위 사진은 동아일보 뉴스플러스에 실린것을 전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