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규제혁신을 마중물로 협치의 새 場 열어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어제 국회에서 ‘규제프리존 특별법안(규제프리존법)’을 규제 샌드박스 5개 법안 중 하나인 ‘지역특화발전특구 규제특례법 개정안(지역특구법)’과 병합해 3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의 16일 청와대 회동 이후 하루 만에 규제개혁 법안 통과에 물꼬가 트인 셈이다. 대선공약 파기라는 일각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즉각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규제혁신 내용들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여야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규제혁신을 화두로 청와대와 여야가 초당적 협치의 첫 발을 뗀 것은 뜻 깊다.

　규제프리존법은 박근혜정부가 추진했던 대표적 규제개혁 법안이다. 지역별로 육성산업을 지정하고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겠다는 내용이다. 야당 시절 이 법을 ‘재벌 특혜법’이라며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된 이후에도 지난 정부의 브랜드가 거슬렸는지 줄곧 반대를 했다. 대신 어린아이들이 모래마당에서 자유롭게 장난치듯 제재 없이 새로운 사업을 하게하고 문제점이 생기면 사후에 보완하겠다는 ‘규제 샌드박스’ 개념을 들고 나왔다. 과감한 규제철폐라는 취지에서 규제프리존법과 지역특구법은 크게 다를 게 없지만 여야는 이를 심사할 상임위와 법안 명칭 등을 두고 그 동안 옥신각신했다.

　지방선거가 치러진 올해, 국회는 추가경정예산안과 ‘드루킹’ 특검법 처리를 제외하곤 7개월 여 동안 생산적 성과 없이 허송세월했다. 8월 임시국회만큼은 각별한 각오로 임해야한다. 일단 인터넷은행의 은산(銀産)분리 규제완화를 위한 특례법과 규제프리존법 처리에 여야가 합의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자유한국당이 추진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경우 의료보건 분야를 제외해야 한다는 민주당 입장이 여전히 맞서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원격의료 허용 등 연일 규제혁신을 재촉하고 나서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이념보다 실용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여야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서도 돌파구를 하루속히 찾아내야 할 것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가릴 것 없이 선진국들의 최근 정책 방향은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일자리다. 지금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데 규제혁신보다 시급한 과제는 없다. 규제혁신은 각종 이익단체 또는 지지세력의 반대를 극복해야 하는 험난한 길이다. 여야가 힘을 모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규제혁신을 마중물로 여야가 고단한 민생을 챙기는 협치의 새로운 장을 활짝 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