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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누란의 위기”… 새로 쓴 ‘베를린 선언’ 기대한다

文 “누란의 위기”… 새로 쓴 ‘베를린 선언’ 기대한다

Posted July. 06, 2017 07:12   

Updated July. 06, 201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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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독일 공식방문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면서 “누란의 위기다. 발걸음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출국에 앞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대룩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우리가 성명으로만 대응할 사안이 아니다”며 한미 연합 미사일 무력시위를 지시했다.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북한 도발에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의지로 보인다. 군 당국이 유사시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 영상을 공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북한은 어제도 ICBM ‘화성-14형’에는 대형 중량의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며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확증했다며 핵·미사일 포기는 결코 없을 것임을 거듭 천명했다. 미국은 북한의 ‘ICBM 발사’를 공식 확인하고 “강력한 조치로 북한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미 의회 등의 들끓는 강경 여론을 감안하면 대북 선제타격론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북-미 교섭이 급진전됐던 전례에 따라 북한이 긴장을 최정점까지 끌어올리고,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급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G20 정상회의도 대북 성토장이 될 전망이다. 북한에 동정적인 중국과 러시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면서도 두 나라는 여전히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국이 (북한의) 이런 허튼짓을 끝장낼 것”이라고 했듯 중국이 단호한 대응에 나서도록 설득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문 대통령의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이다. 이 연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 3월 베를린자유대 연설처럼 ‘문재인판 신(新) 베를린 선언’이 될 것으로 주목받았다. 남북 당국간 경제협력, 냉전종식과 평화정착, 이산가족 문제 해결 등을 위한 특사 교환을 촉구했던 김 전 대통령 연설이 제1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듯 문 대통령도 이 연설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여는 레드카펫이 되길 기대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의 ICBM 도발은 이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장밋빛 구상을 무참히 깨뜨렸다.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 변화를 반영해 연설문을 대폭 수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수정에 그칠 것은 아니다. 골격부터 새로 짜야 한다. 무모한 도발에 맞선 국제공조를 선도함으로써 북한을 철저히 고립시키고 무력도발은 원천 봉쇄하겠다는 단호한 응징의 결기가 담겨야 한다. 대화의 문을 닫아선 안 되지만 지금은 유화책을 꺼낼 때가 아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