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용비어천가’(11일까지·오동식 연출·사진)는 미국에서 주목받는 영진 리의 작품으로,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실험적으로 다뤘다. 배우들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내며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고, 도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다.
‘이건 로맨스가 아니야’(18일까지·부새롬 연출)는 어릴 적 헤어진 두 남매의 재회를 통해 입양과 이별, 죄책감을 긴장감 있게 그렸다. 극본을 쓴 인숙 차펠은 두 살 때 영국으로 입양됐다.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차펠 씨는 “남매가 자신의 모습을 서로의 얼굴에서 발견하면서 이끌리는 과정을 그렸다”며 “입양아로서의 경험을 일부 반영했지만, 극 중 동생을 만나는 여주인공 미소와 달리 나는 친가족을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화, 언어, 성격, 입맛 등의 차이로 아버지와 소통하지 못했던 재미교포 2세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애잔하게 그린 줄리아 조의 ‘가지’(22일∼7월 2일·정승현 연출)도 무대에 오른다.
두 살 때 미국으로 이주한 미아 정 작가가 쓴 ‘널 위한 날 위한 너’(30일∼7월 16일·박해성 연출)는 탈북을 시도한 민희와 준희 자매를 통해 현실과 환상을 버무렸다. 동생 준희는 뉴욕에 도착하지만 언니 민희는 우물에 떨어져, 북한과 뉴욕을 오가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캐나다에서 연극과 시트콤으로 큰 인기를 끈 인스 최 작가의 ‘김씨네 편의점’(7월 13∼23일·오세혁 연출)도 상륙했다. 캐나다 이민자 1.5세인 최 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편의점 주인 미스터 김과 그의 가족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세대 간 갈등과 고민, 화해를 코믹하게 풀어냈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이 작품들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정체성의 지평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석 3만 원. 1644-2003
손효림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