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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요에 클래식 옷을 입히다

Posted September. 08, 201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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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쏙 들어온다. 편안히 몸을 내맡긴다. 흥겨우면 어깨를 들썩이고 애잔하면 조용히 눈을 감는다. 동요에 클래식이란 옷을 입혀 동요는 풍성해지고 클래식은 가벼워졌다. 최근 발매된 앨범 누나야를 들은 느낌이었다.

피아니스트인 박종화 서울대 교수(41사진)가 연주하고 이영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광해, 왕이 된 남자 음악감독 김준성 씨, 작곡가 나실인 씨가 편곡한 크로스오버 앨범.

수록 곡목은 엄마야 누나야, 자장가(김대현 작곡), 꽃밭에서, 섬집아기, 산토끼, 새야 새야, 과수원 길, 아리랑(경기), 소녀의 꿈, 우리의 소원, 고향의 봄 등 11곡. 소녀의 꿈만 김감독이 작곡한 신곡이다.

멜로디야 쉽죠. 그런데 동요 속에 숨겨진 한국인의 감정을 최대한 끄집어내 표현하려고 하니까 애먹었어요.

다섯 살 때 일본 도쿄로 피아노 유학을 간 뒤 오랜 시간을 해외에서 보낸 박 교수에겐 한국적 정서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박 교수는 그동안 연주회 앙코르곡으로 동요를 클래식으로 편곡한 작품을 가끔 선보였는데 이번엔 동요 11곡을 편곡해 앨범과 연주회를 기획한 것.

전문 연주자로서 명곡을 깊게 파고들어 그 정수들을 뽑아내는 길을 계속 갈 겁니다. 하지만 넓게 옆으로 파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도록 하는 것도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은 20일 오후 5시 서울 LG아트센터를 시작으로 여수 예울마루(24일), 김포아트홀(30일), 제주아트센터(10월 1일), 서귀포 예술의전당(2일), 대전 예술의전당(7일)에서 열린다.

공연에선 동요 외에도 모차르트 작은 별 주제에 의한 변주곡, 베토벤 월광, 드뷔시의 어린이의 세계, 빌라로부스의 아기 인형 모음곡 등도 연주한다.

브라질 출신인 빌라로부스의 아기인형 모음곡이 이번 제 작업과 비슷해요. 남미 보사노바나 삼바 고유의 리듬과 화성을 넣은 곡이에요.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뭘 할 거냐고 묻자 서울시향의 진은숙 같은 현대 작곡가에게 직접 곡을 의뢰해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 협업을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그의 왕성한 호기심은 끝이 없었다.

3만7만 원. 02-2005-0114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