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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록' 힙합은 왜 인기인가

Posted August. 28, 2015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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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은 21세기의 록이다.

20세기 국내 초중고교 교실에서 해외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 메탈리카, 너바나에 대해 토론하며 어린 음악 마니아들이 꿈을 키웠다면, 요즘 책상 위 화제는 켄드릭 라마나 빈지노, 블랙넛이다. 그들은 전기기타와 앰프 대신 커다란 헤드폰이나 턴테이블, 마이크를 원한다.

힙합은 왜 지금 젊은 음악의 대세인가. 강렬한 록도 해소할 수 없는 뭔가가 새 인류에겐 있는 걸까. 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 씨는 21세기 사회의 특성, 그 음향적 환경의 질감과 속도감을 첫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요즘 세대는 소리에 대한 감성 자체가 다르다고 했다. 힙합에서 DJ가 만들어내는 전자음향은 컴퓨터 게임 배경음이나 스마트폰 알림음에 익숙한 젊은이들의 감성에 들어맞는다. 이는 록이나 포크는 표현하지 못하는 질감이다. 수많은 정보가 순식간에 오가고 열람되는 기가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랩의 속도감 역시 중요하다고 했다.

힙합 듀오 가리온의 MC메타는 원래 록 키드였다. 고교 때 저도 친구들과 세계 3대 기타리스트를 두고 토론했어요. 근데 힙합을 들으면서 다른 세계를 체험했습니다. 그는 힙합의 출발점을 빈곤과 저항으로 도식화하기도 하지만, 힙합은 사실 미국에서 태동할 때부터 젊은이가 열광할 만한 새롭고 쿨한 음악, 멋을 최고로 치는 음악이라고 했다.

MC메타는 1980, 90년대만 해도 국내에서 소비할 거리가 되는 마니아 음악은 록뿐이었다. 지금은 아이돌 그룹에 한둘씩 래퍼가 있고 미디어에서도 래퍼를 많이 다룬다면서 MR(미리 녹음된 반주 음원)와 마이크만 있으면 공연이 가능하다는 편리성도 있다. 요즘 대학 축제 출연진을 보면 록 밴드 자리에 래퍼들이 대거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랩은 분노나 욕망을 적나라한 언어로 표현한다며 일부 지나치게 파괴적인 랩의 인기는 우리 사회가 욕구의 정상적 실현이나 해소가 안 되는 신경증적 상태에 있다는 걸 방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