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정치권 때리는 청와대, 포퓰리즘인가 정치력 부족인가

정치권 때리는 청와대, 포퓰리즘인가 정치력 부족인가

Posted May. 08, 2015 07:19   

中文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어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처리 무산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여야가 결국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유감이라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어법은 완곡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담겨있다고 봐야 한다. 김 홍보수석의 말을 들으면 청와대는 마치 정치권을 초월한 위치에서 잘잘못을 평가하고 방향 제시를 하는 우월적 존재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여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하부 실무기관이 아니다. 대통령이 곧 여당이고, 정치권이다. 여당과 한 몸으로 움직이면서 안을 만들어내고, 안을 관철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고, 야당과 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손발이나 다름없는 정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처리 시한을 제시하긴 했지만 개혁의 성공을 위해 공무원단체와 야당,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얼마나 성심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가 개혁안 협상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은 데다 개혁안의 재정 추계도 협상 시한 마감에 임박해서야 내놓는 바람에 객관적인 검증이 어려웠다는 견해도 나온다. 여야를 나무라기 이전에 대통령의 정치력 부족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개혁안에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50%로 인상 부분이 연계된 사실을 청와대가 사전에 몰랐다고 강변했지만 그렇게 큰 소리로 떠들 일은 아닌 것 같다. 청와대와 여당이 따로 놀고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대고 방송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어제도 정치와 정치권은 각 당의 유불리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국민을 위한 개혁의 길에 앞장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치권의 분발을 촉구한 말이겠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나는 국민 편, 정치와 정치권은 딴 편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듯하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불거졌을 때 박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 측근들이 대거 연루됐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남의 얘기하듯 부정부패 척결과 정치개혁만 주문했다. 청와대와 대통령이 정치권을 때린다고 해서 위신이 올라가는 것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난국일수록 대통령이 앞장서 여당은 물론 야당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확산시켜야 그나마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