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코오롱, 듀폰과 1조소항소심서 뒤집기

Posted April. 05, 2014 03:09   

中文

코오롱이 첨단 합성섬유를 둘러싼 미국 듀폰과의 1조 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아 전세를 역전시켰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3일(현지 시간) 듀폰이 아라미드 섬유(사진)와 관련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듀폰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깨고 재심을 명령했다. 1심에서 코오롱 측 주장과 증거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이에 따라 2011년 11월 1심에서 9억2000만 달러(약 1조 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던 코오롱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아라미드 섬유는 방탄복, 방탄헬멧, 소방복, 골프채 등에 사용되는 초강력 합성섬유다.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5배나 강도가 높아 직경 5mm의 섬유로 2t짜리 자동차를 들어올릴 수 있다. 섭씨 500도가 넘는 열에도 타거나 녹지 않아 꿈의 섬유 슈퍼 섬유로 불린다. 듀폰이 1965년 처음 개발한 데 이어 1973년 상용화에 성공해 케블라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일본 데이진이 1985년 듀폰과 다른 방법으로 아라미드 섬유인 트와론을 상용화해 현재까지 듀폰과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90%에 이른다.

후발 주자인 코오롱은 2005년 헤라크론이라는 제품명으로 아라미드 섬유를 상용화했다. 그러자 듀폰은 퇴사한 자사 엔지니어 마이클 미첼을 코오롱이 고용해 영업비밀을 빼냈다며 2009년 2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막대한 손해배상에 이어 2012년 8월 향후 20년 동안 헤라크론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코오롱이 곧바로 긴급집행정지를 신청해 간신히 생산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 생산 금지 명령이 또 내려질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코오롱으로선 선뜻 추가 투자와 연구개발(R&D)에 나서지 못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을 버지니아 주 동부법원으로 다시 넘기되 1심을 맡았던 로버트 페인 판사를 빼고 새로 재판부를 구성해 심리하도록 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가격이 비싸 아라미드 섬유 시장이 연간 2조 원가량에 불과하지만 쓰임새가 많아 막대한 잠재력이 있다며 재심에서 승소가 확정되면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