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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뚫은 북무인기, 대통령 겨눴으면 어쩔 뻔 했나

청와대 뚫은 북무인기, 대통령 겨눴으면 어쩔 뻔 했나

Posted April. 03, 2014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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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과 31일, 경기 파주와 백령도에서 추락한 채 발견된 무인항공기에 대해 청와대가 북한에서 보낸 것으로 생각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주 무인기의 카메라엔 대통령 관저 등 청와대를 찍은 사진이, 백령도 무인기엔 해병대 6여단 등 서북 도서 군부대 사진이 담겼다. 날개에 달린 전송장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사진이 북으로 넘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와대와 최전방 부대의 방공망이 뻥 뚫렸는데도 군은 알지 못했고 대응할 능력도 없다. 북한이 우리 대통령을 정조준 해 무인기로 공격해도 눈뜨고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니 통탄할 일이다.

북한의 대남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작년 5월 무인타격기를 동원할 경우 인왕산을 돌아 청와대를, 관악산을 돌아 수도방위사령부를 공격할 수 있다는 글을 게재했다. 장거리포와 탄도미사일로 공격하는 것은 청와대를 보호하는 병풍 같은 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동체가 목표물로 돌진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는 자폭형 무인기를 동원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개성 남쪽에 무인기를 배치하면 청와대까지 2분40초면 도달한다. 그런 위협이 빈 말이 아님이 드러났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북이 대통령의 동선을 알면, 대통령이 차에 타고 내릴 때 직접 공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청와대는 작년 5월 박흥렬 경호실장 부임 후 북의 무인기를 발견하면 격추하도록 산탄총 장비를 보급하고 전자파 격추장비를 도입했다. 하지만 저고도로 낮게 비행하는 소형 무인기를 발견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지 못해 육안 관측에 의존하고 있다. 서해5도는 물론 수도권 영공을 수호할 방공망이 뻥뻥 뚫렸는데도 우리 군은 적의 무인기가 추락해야만 알아채는 수준이다. 무인기를 이용한 군사 활동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무인기를 투입해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주요 인물들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다 폭사시켰다. 북 무인기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 해도 국군최고통수권자의 안전을 위협하는데도 속수무책이다.

북은 오랫동안 무인기를 우리 영공에 들여보내 청와대 깊숙이까지 들여다보고 정보를 수집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이 4차 실험을 예고한 핵을 비롯해 미사일, 생화학무기, 장사정포와 방사포 등 갈수록 커지는 북의 위협에 우리가 제대로 맞설 수 있는 게 도대체 있기나 한지 궁금하다. 백령도 전술비행선 도입사업만 해도 납품업체의 계약문제와 시험도중 파손, 추락사고로 4년째 제자리다. 무인기가 청와대 방공망을 헤집고 다닌 것은 북한이 1968년 김신조 등 공비를 내려보내 청와대 뒷산을 뚫은 것과 같은 충격이다. 청와대 경호실과 군은 첨단무기를 이용한 북의 침투에 어떤 방비책을 세우고 있는지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