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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특사의 방중, 북한의 대외정책 전환점 되나

김정은 특사의 방중, 북한의 대외정책 전환점 되나

Posted May. 23, 2013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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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어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전격 방중()했다. 지난해 8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특사는 아니었다. 2011년 김정일의 급사()로 집권한 김정은이 보낸 첫 특사다. 최용해는 김정은 체제의 핵심실세란 점에서 북-미관계 정상화를 논의했던 조명록 총정치국장의 2000년 10월 방미를 연상시킨다.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은 3차 핵실험으로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한반도 안보상황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과 중국 모두 최용해 일행의 방중일정과 의제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당면 현안인 북한의 핵문제와 최근 경색 징후가 분명한 북-중 관계 복원이 최대 화두()일 것이다. 북한이 출발에 앞서 이례적으로 최용해의 특사방중을 공개한 만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할 가능성도 높다. 최용해의 아버지 최현은 일제강점기 중국의 동북항일연군 지도자로 빨치산 활동을 해 중국 공산당과 인연이 깊다.

최용해의 방중은 수세에 몰린 김정은 정권의 체제방어 전략으로 보인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촉구하는 강력한 대북()메시지가 나왔고 다음달로 예정된 미중,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북한으로서는 다급 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 주요은행들이 북한과 거래를 끊을 만큼 중국의 유엔대북제재 이행의 강도도 과거와 달라졌다. 춘궁기()에 접어들면서 식량과 비료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하면 당장의 식량 문제는 물론이고 김정은 체제도 흔들릴 수 있다.

북한이 중국에 특사를 파견한 것은 공세적 국면전환의 시도로도 볼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하고 싶을 것이다. 특사를 통해 김정은 방중을 성사시켜 시진핑과 담판을 짓겠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

북한이 현재의 위기국면을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핵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일방적인 통행차단으로 사실상 폐쇄상태인 개성공단부터 원상회복하는 일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 개성공단 문제를 포함해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논의하는 당국간 실무회담을 제안해 놓았다. 북한은 근본문제 해결 운운하는 억지주장을 접고 대화에 응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 외부세계가 내민 손을 잡는 결단이 있어야만 김정은 정권도 살길이 열리고 주민의 고통도 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