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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호텔 컨시어지의 무한서비스

Posted January. 02, 201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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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가까운 우체국 좀 가르쳐 주세요.

지난해 말 서울 중구 세종호텔 컨시어지(투숙객 개인비서) 데스크로 한 노신사가 다가왔다. 친척을 찾으러 아내와 함께 입국했다는 재일교포 투숙객 구문호 씨(70)였다.

컨시어지 담당인 이재선 주임(41사진)이 우체국에 간다고 사람을 찾을 수 없을 텐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구 씨는 20년 전 만났던 손위 동서() 가족을 찾기 위해 일본 총영사관에서 가족관계 서류를 떼 한국에 왔다며 경찰서에도 가봤는데 찾기 어렵다는 말만 하더라며 하소연을 시작했다. 동서는 2000년대 초에 작고했고 그 아들이라도 만나보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사연이었다. 찾기 위한 단서는 동서의 이름과 그가 서울대 교수였다는 점뿐이었다.

이 주임은 사람을 찾는 게 너무 막막해 보여 돕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주임은 종친회 등을 통해 범위를 좁혀 나가려 했으나 허사였다. 결국 서울대에 사연을 설명한 뒤 우여곡절을 거쳐 아들의 이름을 알아냈다. 그 이름으로 전화번호안내와 우체국 등을 수소문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20년 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아파트에 갔던 기억이 난다는 구 씨의 증언을 토대로 반포 주변 아파트관리실에 일일이 전화를 걸기도 했다.

이 주임은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왠지 찾는 분도 교수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고 했다. 인터넷 인물검색을 통해 찾는 사람이 구자경 한국기술교육대 교수(52)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구 교수는 일본에 계셔서 한동안 연락이 두절됐던 이모님 부부를 찾게 됐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현진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