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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총기규제 이번엔 반대 벽 뚫을까

Posted December. 17, 2012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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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네티컷 주 샌디훅 초등학교 참극을 계기로 총기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선 총기사고만 났다 하면 총기규제 논의가 단골처럼 등장하지만 언제나 흐지부지 사라지는 일이 반복돼왔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일반시민이 2억7000만 정의 총을 가지고 있는 미국은 세계 1위의 총기소지 국가. 가구의 32%가 총을 갖고 있으며 총기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매년 3만 명에 이른다. 올해만 해도 콜로라도 극장, 위스콘신 시크교도 사원 등 공공장소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끊이지 않았지만 총기규제는 번번이 벽에 부닥쳤다. 총기규제 반대 여론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 수정헌법 2조가 보장한 총기 소유권은 총기규제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등장하는 최고의 법적 방패다. 미국 사회가 보수화되면서 총기규제 반대론이 거세져 1990년대 초 19%에서 지난해 54%까지 높아졌다. 총기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비율은 78%에서 44%로 급락했다.

2004년 호신용 총기 소지 금지법이 폐지된 후 미 연방 차원의 총기규제는 없어졌다. 각 주는 총기소지는 물론이고 휴대도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고쳐나가고 있다. 50개 주 가운데 25개 주가 공원 관공서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총기 휴대를 허용하고 있다. 건프리존(총기휴대 금지구역)의 최후 보루인 학교에서조차 총기를 갖고 다니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총기규제가 얼마나 발붙이기 힘든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CNN은 15일(현지 시간) 전했다.

총기규제가 표를 잃기 십상인 이슈여서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도 관련 법안 추진을 꺼리는 정치적인 한계도 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조차 총기규제를 반대하고 있다. 1994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민주당은 호신용 총기 금지법을 통과시켰다가 그해 말 중간선거에서 대패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총기규제를 위한 의미 있는 행동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희생자 애도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뿌리 깊은 총기소지 옹호 정서를 고려할 때 규제 법규가 제정, 실행될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그러나 희생자 대부분이 어린이라는 감정적 측면과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의 부담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총기규제의 티핑포인트(변화의 순간)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전미총기협회(NRA)가 올 대선에 사상 최고액인 1100만 달러(약 118억1400만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총기규제를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 상당수가 패한 것도 규제론자에게 힘을 실어준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총기규제 움직임이 본격화한다고 해도 일괄적인 총기소지 금지보다 총기 면허 발급 시 신상조사 강화, 고성능 탄약 금지 등 부분적인 개선안 위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미경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