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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야! 훨훨 날아라, 우리 종이비행기처럼

나로호야! 훨훨 날아라, 우리 종이비행기처럼

Posted October. 24, 2012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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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봉래초등학교 5학년인 홍아진 양(12)의 꿈은 소믈리에다. 한반도 남쪽 바다 외딴 섬에 사는 소녀가 어떻게 와인 감별사를 꿈꾸게 된 걸까. 아진 양은 한국 우주개발의 산실인 나로우주센터에서 400m 떨어진 곳에 산다. 우주센터 입구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조성한 우주과학 체험학습공간인 우주과학관이 있다. 올 3월까지 분교에 다녔던 아진 양은 또래 친구가 없어 과학관이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봄 아진 양은 과학관에 근무하는 직원으로부터 우주인이 가장 먹고 싶은 것이 와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때부터 소믈리에가 되는 꿈을 키우게 됐다고 한다. 그만큼 이 지역 어린이들에게 우주는 꿈의 대상이다.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 3차 발사를 나흘 앞둔 22일 오전 아진 양이 다니는 봉래초등학교는 36학년 53명을 대상으로 나로호 특별수업을 했다. 교사들은 우리가 우주 강국이 되어야 하는 이유와 이번 발사가 갖는 의미를 설명해주고 아이들의 생각을 편지나 시, 그림 등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아진 양은 편지에 이렇게 썼다. 나로호야. 꿈을 이루려면 좌절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대. 넌 2번 넘어졌으니까 이제 꼭 성공할 거야. 네가 꿈을 이루면 나도 희망을 가질 수 있어.

6학년 김주희 양(13)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힘쓰시는 분들을 존경합니다라고 했고, 같은 반 정고원 군(13)은 우리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꼭 보여주세요. 저도 커서 과학자가 돼 힘을 보탤게요라며 응원했다.

봉래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나로호는 꿈이자 희망이다. 이 학교는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외나로도에서 유일한 초등학교로 전교생이 73명이다. 고흥반도 끝자락에 붙은 외나로도는 우주센터가 건설되기 전까지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 섬이었다. 대한민국 최초로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기지가 세워지고, 섬 이름을 따 발사체 이름을 짓고, 한 해 30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자 섬마을 아이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하지만 우주를 향한 꿈은 번번이 꺾였다. 2009년 8월 1차 발사는 페어링 한쪽이 분리되지 않아 실패했고, 2010년 6월 2차 발사 때는 이륙 137초 만에 로켓이 공중에서 폭발했다. 나로호 발사를 가까이서 지켜봤던 아이들의 좌절감은 컸다. 송태근 교장은 나로호 발사 성공을 누구보다 간절하게 바라는 것 같아 특별수업을 진행했다며 아이들이 자신들의 염원을 글로 잘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날 특별수업을 끝낸 5학년생 18명은 학교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우주과학관 야외전시장을 찾았다. 전시장에는 높이 33.5m의 나로호 실물 모형이 우뚝 서 있다. 아이들의 손에는 하얀 종이비행기가 들려 있었다. 수업시간에 쓴 글을 접어 종이비행기로 만들었다. 여러분! 나로호를 응원하며 힘껏 날려보세요. 이수용 담임교사(30)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와 하며 나로호를 향해 종이비행기를 던졌다. 강한 바람에 밀려 높이 날진 못했지만 성공 발사를 기원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하늘에 닿는 듯했다.



정승호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