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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반발 개의치 않고 초강수 검 로비 입증 자신감?

정치권 반발 개의치 않고 초강수 검 로비 입증 자신감?

Posted November. 06, 2010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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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수사에 본격 착수한 이후 정치권 반발에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던 검찰이 5일 현역 국회의원 11명의 지역구 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10명이 넘는 의원 사무실을 대상으로 전격적이고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 정치권을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었다. 함부로 압수수색하기 어려운 국회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검찰이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는 점에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이미 이 의원들의 혐의를 입증할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거침없는 압수수색으로 미뤄 볼 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 이 의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본격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동시다발 압수수색은 자신감 표현?

이날 압수수색은 정치권이 청목회 수사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거세게 반발한 직후에 단행됐다는 점이 특히 주목을 끈다. 여당에서조차 후원금 수사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등 정치권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숨고르기를 하는 듯 보였던 검찰이 11명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이란 예상하기 어려운 카드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에 대한 검찰의 불만 표시라는 분석과 함께, 청목회 입법로비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해 수사에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특히 국무총리실 공직윤리관실 불법사찰 수사에 대한 재수사 목소리가 나와 검찰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정치공세에 대한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는 포석이란 분석도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의 목적을 보완증거 확보용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결정적인 핵심 증거들은 이미 검찰이 손에 쥐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검찰이 이날 압수수색에서 후원금 장부나 국회의원의 약속 일정에 대한 자료들, 사무실 방문자 명부 등을 확보하려고 한 것도 보완증거를 찾기 위한 노력이란 분석이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검찰에서 그럴 만한 사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것도 검찰의 히든카드 확보설과 맥이 통한다. 반면 검찰이 정치권의 반발이 더 커지기 전에 핵심증거를 서둘러 확보하기 위해 의원 사무실을 치고 들어갔다는 얘기도 있다.

전광석화처럼 진행된 압수수색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진행한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후원회 사무실마다 수사관 35명을 보내 1시간여 동안 회계담당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후원금 내용과 후원자 명단 등이 담긴 파일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청목회로부터 50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최규식 의원의 후원회 사무실은 이날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침통한 표정이었다. 검찰은 서울 강북구 송중동의 최 의원 사무실에 수사관 3명을 보내 한 시간 넘게 문을 잠그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수사관들은 압수물품이 담긴 박스 1개만 가지고 나왔다. 이날 압수수색이 진행된 다른 10곳도 대부분 30분1시간 정도 만에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기업체 사무실 압수수색이 빨라야 3, 4시간은 걸리는 것과 비교해볼 때 매우 신속하게 진행된 것으로, 검찰이 그만큼 사전준비를 철저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법처리 논란은 계속

이들 국회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검찰 안팎에서도 논란이 크다. 개인이 합법적으로 기부한 정치자금이 사실상 특정 단체의 자금이고 기부 당시 국회의원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검찰이 입증해야만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08년 8월 대한의사협회로부터 1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병호 전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벌금 80만 원과 추징금 1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지만 지난해 1월에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고경화 전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의원이 후원금이 의협과 관련된 자금인 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판결이 갈린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5일 국회의원 11명의 사무실을 재빨리 압수수색한 것은 해당 정치인과 청목회의 사전 공모를 입증하는 증거자료를 서둘러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서 국회의원 11명의 압수수색 영장을 모두 발부할 정도면 사전공모관계에 대한 내사가 충분히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최창봉 jefflee@donga.com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