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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비 분출땐 한국 증시 연말랠리 기대할 만

미소비 분출땐 한국 증시 연말랠리 기대할 만

Posted November. 23, 200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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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가 27일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를 앞두고 본격적인 연말랠리를 시작할 수 있을까. 미국 유통업계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주가가 폭락한 금요일이라는 뜻이 아니라 소매업체들의 적자를 흑자로 돌릴 정도의 큰 대목을 말한다. 이른바 고용 없는 소비 회복이 가능할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첫 시험대이기도 하다. 한국 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의 관심은 이제 미국인이 올해 말 얼마나 지갑을 열지에 쏠려 있다.

한국 증시는 9월 22일 연중 최고치(1,718.88)를 기록한 뒤 두 달간 내리막길을 걸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 코스피의 연중 최고점 대비 20일 종가 하락률은 5.72%. 이는 세계 주요 11개 증시 가운데 일본 닛케이평균주가(10.73%) 다음으로 높다. 홍콩 항셍지수는 이달 16일,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17일, 러시아 RTS지수는 18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세인 반면 한국 증시는 일찌감치 고점을 찍은 뒤 역주행한 셈이다.

최근 두 달간 한국 증시가 실망스러웠던 건 눈에 띄게 둔화된 외국인투자가의 매수세 때문이다. 9월 한 달간 4조6706억 원을 순매수한 외국인들은 지난달에는 9월보다 69.4%나 급감한 1조4274억 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특히 영미계 자금의 순매수 둔화가 두드러졌다. 누적 순매수 1위인 미국은 9월 1조356억 원에서 지난달 3496억 원으로 순매수가 줄었고 영국은 3조2575억 원 순매수에서 84억 원 순매도로 전환했다.

외국인들의 바이코리아가 주춤해진 것은 원화 강세 속에서 수출주 실적이 4분기 이후 부진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증시는 달러 약세 및 원화 강세 속에서 수출주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바뀔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매수세 둔화에 한몫했다. 국내 경기선행지수 증가율은 3개월 연속 전월 대비 둔화되고 있다. KTB투자증권 박석현 연구위원은 9월 말 이후 코스피가 부진한 배경에는 국내 경기선행지수 증가율이 조만간 하락 반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고 말했다.

두 달간의 지지부진한 흐름은 지난주에 상당히 해소된 분위기다. 코스피는 지난주 3.1% 오르며 모처럼 글로벌 증시 대비 강세를 보였다. 특히 외국인이 1조 원 규모의 순매수를 보였다는 점에서 연말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연말랠리 가능성은 미국 소비지표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고용이 빠른 시일 안에 좋아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소비가 먼저 회복된다면 중기적으로 글로벌 증시 상승 흐름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소비의 회복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날은 27일 블랙 프라이데이. 최근 4년간 조사한 결과 63.8%의 소비자가 연말 세일을 시작하는 11월 마지막 주말 가운데 이날 쇼핑을 하기 때문에 27일은 연말 전체 소비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날이다. 미국의 12월 소매판매액은 2000년대 이후 매년 증가해 2007년에는 3764억 달러로 절정에 도달했지만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해에는 3364억 달러로 급감했다. 지난해 이처럼 심각한 소비침체를 경험했던 미국인이 올해 소비를 몰아서 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 이른바 억압수요(pent-up demand)의 분출이다.

미국의 연말 소비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매우 낮은 상태이므로 억압수요가 분출해 예상보다 좋게 나온다면 글로벌 증시의 동반 상승이 기대된다. 토러스투자증권 이경수 투자분석팀장은 미국 소비자의 연말 쇼핑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 고용 없는 소비 회복 가능성에 자신감을 가져볼 수 있다며 결과치가 예상보다 좋다면 주가는 서프라이즈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 소비 관련 지표가 부진하면 횡보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정승재 연구원은 그동안 미국발 호재가 있어도 국내 증시는 미지근하게, 악재가 있으면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며 미국 소비 지표가 예상치보다 나쁘게 나오면 그간의 지지부진한 움직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신수정 유재동 crystal@donga.com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