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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팔뚝위엔 고미영 14좌의 꿈 이룰까

Posted August. 27, 200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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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해발 8126m) 등정 후 하산하다 사망한 고미영 씨는 등반 파트너였던 김재수 대장(46코오롱스포츠 챌린지팀) 앞에서 세 번 울었다. 두 번은 개인사를 얘기하면서, 한 번은 낭가파르바트에 오르기 전 베이스캠프에서 언론과의 인터뷰 도중 울었다. 고 씨는 김 대장이 나를 위해 동영상 촬영 등 온갖 고생을 다하며 동상까지 걸렸다. 그런데 항상 스포트라이트는 나만 받는다며 미안해했다.

김 대장은 2007년 5월 에베레스트(8848m)부터 낭가파르바트까지 고 씨와 히말라야 10개 봉 정복을 함께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성 산악인 고미영만 기억했다. 안타깝게도 김 대장은 고 씨가 저 세상으로 떠난 뒤에야 관심을 받았다.

그럼에도 김 대장은 고 씨와 함께 산에 오를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 씨를 초록빛 꿈을 준 사람으로 기억한다. 그는 이제 고인이 못다 이룬 꿈을 대신하고자 히말라야에 오른다. 27일 안나푸르나(8091m) 등정을 위해 출국하는 그는 다음 달 5일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9월 말에서 10월 5일 사이에 정상 등정에 나선다.

김 대장은 고 씨의 사진을 넣을 수 있는 등산복을 준비했다. 입는 옷마다 부착할 작은 사진 10장과 큰 사진 2장도 준비했다. 큰 사진은 등반 전 산악인들의 안전과 성공을 기원하는 전통 의식인 라마제를 위한 것이다. 고 씨의 49제인 9월 7일에 라마제를 지낼 계획이다.

그는 나를 포함해 어떤 누구도 고 씨의 꿈을 대신해줄 수는 없다면서도 고 씨의 가족들이 미영이가 하고자 한 일을 누군가 대신해주길 바란다면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혼이란 게 있다면 미영이의 영혼은 내가 해주길 바라지 않을까 싶다고도 했다. 이번 산행은 고 씨 가족들에게는 위안이 되고, 김 대장에게는 마음의 빚을 덜어내는 과정인 셈이다.

김 대장은 안나푸르나를 정복한 뒤 내년에는 가셔브룸, 가셔브룸와 초오유를 등정할 예정이다. 그는 많은 사람이 미영이의 목표가 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인 줄 알고 있지만 원래 그의 목표는 14좌 최단 기록 등정이었다고 말했다. 김 대장이 예정대로 내년 7월에 14좌 완등을 한다면 그는 3년 3개월 만에 히말라야를 모두 오르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는 그때까지 고인의 사진을 품고 산에 오른다. 하지만 이번 안나푸르나 정상에는 사진을 묻지 않을 생각이다. 사진을 묻으면 영혼도 떠나버릴 것 같아서다.

한편 오은선 대장은 28일 KBS 신관에서 안나푸르나 원정대 출정식을 갖는다. 그는 다음 달 14일 출국한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