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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대등한 협상파트너 노려 고래고래 고함 지르고 있다

북, 대등한 협상파트너 노려 고래고래 고함 지르고 있다

Posted March. 23, 2009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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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금 국제사회에서 대등한 협상 파트너로 참여(engagement)하게 해 달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다. 최근 북한의 행동은 모두 이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북핵 전문가인 피터 헤이스 노틸러스 연구소장은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이 로켓발사 계획 발표와 미국의 식량원조 거부, 미국인 여기자 억류 등 잇달아 도발적인 행동을 보인 것에 대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사전 작업이라고 해석했다.

노틸러스 연구소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안보전문연구소로 1992년부터 북한 에너지 지원에 관련된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헤이스 소장은 이번에 노틸러스코리아 설립 준비 및 북한대학원대 강의 차 방한했다.

헤이스 소장은 억류된 여기자 두 명은 과거 사례를 볼 때 석방까지 최소 12주에서 몇 달까지 걸릴 수도 있다며 하지만 현재의 큰 북-미 관계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는 사안이 경미하다고 진단했다. 석방은 시간문제일 뿐 예정된 수순이며, 북한의 미국인 억류가 처음 있는 일도 아니라는 것.

미국의 식량 원조를 거부하고 구호인력을 철수토록 한 것에 대해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식량원조에 매달리는 정권이 아니라는 것, 식량 문제가 북핵과는 별개라는 메시지를 버락 오바마 정부에 분명하게 보내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하지만 그 조치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감당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며 북한이 이런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대단히 슬픈 일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로켓발사 계획을 미리 밝힌 것과 관련해 헤이스 소장은 북한 같은 거친 정권이 군사적 측면에서 이런 준비를 진행할 경우 중도에서 이를 막기란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미사일인지 아니면 북한이 주장하듯 통신위성인지는 발사 각도와 방향, 적용 기술 등을 분석하면 어렵지 않게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미사일과 통신위성에 적용되는 기술적 차이는 초고속 열차와 자전거 수준만큼 크다며 북한 주장이 진실인지는 금방 드러난다고 단언했다.

헤이스 소장은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현재 미국에는 우선순위를 다투는 다른 외교적 현안이 너무 많아 북한에 대해 오랜 인내심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며 앞으로 변화의 시기에는 기회가 있을 수 있는데, 북한이 빌 클린턴 정부 때처럼 실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요즘 워싱턴에서 유화적 대북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강해지고 있는 점도 북한은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오바마 정부의 현실주의를 고려할 때 조건이 갖춰진다면 의외로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될 수 있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킨다면 4년 안에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북한은 정말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헤이스 소장은 매우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의 외교협상 카드로 활용돼 온 핵무기는 조지 W 부시 정권과의 갈등 속에서 점차 김정일 정권의 합법성과 체제 정당성을 상징하는 정권유지 수단으로 변해 왔다. 북핵 포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그만큼 높아졌다.

하지만 미국과 주요국들이 북한을 진지한 협상 파트너로 대우해 준다면 북한이 핵을 통해 자신을 인정받을 필요가 없어진다는 게 헤이스 소장의 논리다.

그는 북한의 정신구조로 볼 때 모든 대화채널을 다 막아버리면 그땐 정말 전쟁하겠다는 뜻이지만 지금 북한은 여러 가지를 공언하면서도 막상 외교적 대화 통로는 열어놓고 있다며 결국 북한은 국제사회에 포용되기 위한 준비 자세가 돼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 기회가 남아있는 만큼 앞으로의 향방은 북한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