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1학년 3반 반장 최재욱이야.(최대한 믿음직스러운 목소리)
안녀엉! 나는 1학년 3반 애교짱 김홍준이야.(있는 애교 없는 애교 다 부리는 목소리)
헤헤. 안녕! 난 1학년 3반 박규선이야.(악동다운 말투)
인사부터 제각각인 이 철없는 초딩(초등학생)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의 코너 1학년 3반. 4월 첫 방송 후 6개월 만에 웃찾사의 간판 코너로 자리 잡았다. 됐거든, 너도 똑같거든 등 이들이 퍼뜨린 유행어는 어느 새 남녀노소의 새로운 말버릇이 됐다.
유치한 이들의 대화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강서구 등촌동 SBS 공개홀에서 만난 최재욱(24) 김홍준(20) 박규선(20). 이들의 진짜 목소리는 굵고 남자다웠다.
박규선=요즘은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입문하는 사람들조차 성숙되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는데 저희는 거꾸로 갔어요. 그게 맞아떨어졌나 봅니다. 1학년 3반은 키덜트 문화와 풍자를 개그로 버무려 만든 코너랍니다.
김홍준=우리 엄마는 쌍커풀, 코 수술 다 해 놓고 TV에 나오는 연예인들만 보면 다 성형수술했다고 말하셔. 정작 우리 아빠는 엄마 얼굴 못 알아보겠다고 하던데라고 개그를 한 적이 있어요. 어른들은 뭐가 잘못됐는지 스스로 잘 모르고 살잖아요. 그걸 아이들의 입으로 일깨워 주고 싶었어요.
이들의 개그 코드는 절친한 친구 사이 같지만 알고 보면 서로 헐뜯고 시기하는 사이 놀림을 당한 박규선이 됐거든을 외치며 놀린 친구들을 당혹하게 하는 장면 겉으로는 다정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푸 하고 서로 비웃는 모습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다툼-화해를 끝없이 반복하는 어른들의 가식적인 세태를 풍자하는 것이 1학년 3반 개그의 핵심 코드다.
박=사실 됐거든이 유행해서 저를 친숙하게 보시는 것 같아요. 2년 전만 해도 제가 버스 뒷자리에 앉으면 버스가 만원이어도 제 옆 자리에는 앉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만큼 비()호감 얼굴형이었는데 요새는 다들 제 매력이 귀여움에 있다고 하던데요. 하하.
최=아이들 목소리가 하이톤이라 흉내내기도 어려워요. 그래서 전 삼겹살 비계를 먹으며 목을 가다듬죠. 마침 저희 집이 삼겹살 구이 가게를 하다 보니. 홍준이는 아이처럼 팔짝팔짝 잘 뛰려고 식초를 먹죠.
박=전 그다지 어렵지 않던데요. 밥 좋아하고 지저분한 거 못 참고 됐거든 하면서 여성스럽게 부채질하는 모습들 그 자체가 제 생활이거든요. 이제는 아예 제가 놀림 당하는 부분 아이디어를 제가 내곤 하죠.
세 사람은 1학년 3반 코너 이름처럼 동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때로는 진짜 1학년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든다고 한다.
박=집이 가난해서 지금도 제가 번 돈을 엄마에게 드려요. 어렸을 때는 엄마한테 돈을 받아썼으니 돈에 대한 개념을 잘 몰랐죠. 지금은 얼마, 몇 원 등등 돈을 따지는 제 자신이 좀 부끄럽기도 해요. 돈을 알아가는 것. 그때마다 1학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갑자기 분위기 침울. 그러자 최재욱과 김홍준이 옆에서 박규선을 찌른다.
최=야. 그래도 우리가 있잖아. 앞으로 우리도 컬투 선배님들처럼 1학년 3반 셋이 뭉쳐서 계속 개그 해야지. 우린 친구잖아. 친구야. 푸.
김범석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