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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 마이크론 제재…G2 갈등 한가운데 빨려든 韓

中, 美 마이크론 제재…G2 갈등 한가운데 빨려든 韓

Posted May. 23, 2023 07:51   

Updated May. 23, 202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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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 제품에 대해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자국 내 판매를 금지시켰다. 중국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마이크론 제품에서 비교적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존재해 중국의 핵심 정보 인프라 공급망에 중대한 안보 위험을 초래한다”며 이같이 조치했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기업에 사상 처음으로 제재를 가한 것이다.

중국의 조치는 미국의 반도체 기술 통제에 밀리지 않겠다는 강대강 대응 기조를 분명히 한 것으로, 글로벌 ‘반도체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의 잇단 견제책에도 맞대응에 신중했던 중국이 본격적으로 칼을 꺼내드는 형국이다. 3월부터 마이크론에 대한 안보 심사를 진행해온 중국은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난 직후 보란 듯이 결과를 발표했다. 반중(反中) 전선 강화를 주도한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볼 수밖에 없다.

마이크론의 지난해 중국 매출은 33억 달러(약 4조3500억 원)로 전체의 11%에 달한다. 중국 시장을 잃게 될 경우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과 함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서로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미래 핵심 산업의 첨단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패권 경쟁으로 봐야 할 것이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간 정면충돌로 한국은 전례 없이 난이도가 높은 시험대에 서게 됐다.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는 다른 국가들도 언제든 유사한 보복 조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장이기도 하다. 미국 상무부는 “핵심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왜곡에 대응할 것”이라며 ‘동맹과의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 미국이 “마이크론 판매 금지로 인한 중국 내 수요 부족분을 한국 기업들이 메우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미중 사이에 낀 채 선택을 요구받는 딜레마 상황이다.

신냉전 속 격화하는 정치, 외교적 충돌이 경제논리까지 잠식해 들어가는 냉혹한 국제사회의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진영 대결에 휘말려 국익을 훼손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한국 기업들의 반도체 공급 제한이 결국 중국 기업들만 키워주는 결과가 되는 상황은 미국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이런 논리로 미국을 설득하되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는 단호히 맞서는 실리적 경제안보 전략을 짜나가야 한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초격차 기술의 개발, 유지 시도를 병행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