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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인플레와 침체 사이 어정쩡한 베이비스텝

기준금리 인상, 인플레와 침체 사이 어정쩡한 베이비스텝

Posted August. 26, 2022 07:57   

Updated August. 26, 202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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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았다. 지난달 사상 처음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선 지 한 달만이다. 금통위가 올 들어 네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린 결과 기준금리는 연 2.5%에 이르렀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올리는 기조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금통위 직후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7%포인트 올리고, 성장률 전망치는 0.1%포인트 내렸다. 지금은 물가와 경기 전망이 모두 어둡지만 물가가 좀더 위급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무엇보다 치솟는 물가를 제때 잡지 못하면 소비와 투자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가장 다급한 상황이 됐지만, 베이비스텝 정도로 치솟는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물가상승률은 6, 7월 연속 6%대를 나타내며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에너지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크다. 투자 소비 수출이 모두 하락하는 상황에서 베이비스텝을 한다고 경기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어정쩡한 통화정책으로는 물가와 경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다음달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시점이다. 미 연준이 9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3.0∼3.25%로 오른다. 한미 금리가 완전히 역전되는 것이다. 이미 원-달러 환율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3년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세계적인 경기 불안으로 안전자산인 달러에 돈이 몰린 결과다. 한미 금리 수준까지 뒤집힐 경우 자본유출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물가와 관련해 이달 11일 “9월 또는 10월에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어제 이 총재는 “정점이 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이 당장은 빅스텝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자본유출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통화 및 재정정책을 펴도 모자를 판에 당국자들이 과도한 낙관론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물가와 환율안정까지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