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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베를린 구상’에 ‘한미훈련 중단’으로 간보겠다는 北

文‘베를린 구상’에 ‘한미훈련 중단’으로 간보겠다는 北

Posted July. 13, 2017 07:17   

Updated July. 13, 201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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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 첫 입장을 밝혔다. 조선신보는 11일 “남조선 당국의 관계개선 의지를 말이 아니라 행동을 근거로 판단하겠다”며 “8월로 예정된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중단을 결단할 수 있는가”라고 촉구했다. 조선신보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로 북한 관영매체는 아니지만 국제사회에 간보기나 의사 타진용으로 입장을 표명할 때 써온 외부용 채널이다.

 북한은 이날 조선신보에서 ”(베를린 구상이) 친미사대와 동족대결의 낡은 틀에 갇힌 채로 내놓은 제안이라면, 북측의 호응을 기대할 수 없다“며 가정법을 쓴 방식으로 반응했다. 노동신문이 문대통령 방미에 대해 “이런 추악한 친미분자는 처음”이라는 등 취임 이후 최고 수준의 막말을 쏟아낸 바로 다음날 대외용 매체를 통해서는 베를린 구상에 대한 첫 반응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눈여겨볼만하다.

 북한이 겉으로는 대북제안에 귀를 막는 듯 하면서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내걸고 국제사회를 향해 대화 여지를 두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22일 계춘영 주 인도북한대사는 “미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 중단이 가능하다”고 했다. 미국이 이 제안에 콧방귀도 안 뀌니까 한국을 흔들어보려는 특유의 수법이다. 중국의 쌍중단(핵실험과 한미연합훈련중단)과 궤를 같이하는 북의 주장은 한미균열을 노리고 장기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0년3월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때도 6일 만에 평양방송을 통해 “허튼 소리”라면서 “(남측이) 행동으로 변화를 보이면 민족의 운명을 놓고 협상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그때만 해도 최소한의 남북관계가 유지되고 있었지만 채널이 완전히 끊긴 지금 상태에서는 대화 자체가 공허한 이야기다. 도발-대화-합의-지원-합의파기-재차 도발-대화재개로 반복되는 실패한 대북정책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 더 이상 베를린 구상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