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기적을 꿈꾸는 7명의 소년들... “한국의 빌리는 바로 나!”

기적을 꿈꾸는 7명의 소년들... “한국의 빌리는 바로 나!”

Posted January. 24, 2017 07:06   

Updated January. 24, 2017 07:18

中文
 “릴랙스(편안하게)∼, 스테이 톨(키가 커 보이게)∼.”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최종 오디션이 열린 20일 서울 중구 뮤지컬하우스. 빌리 후보에 오른 남자 어린이 7명이 영국 안무가 데이미언 잭슨의 지시에 맞춰 발레 동작을 선보였다. 빌리의 친구 마이클 역에 지원한 최종 후보 9명은 “파이브, 식스, 세븐, 에이트!”를 외친 후 시원한 탭댄스를 선보였다. 빌리와 마이클 역을 찾는 마지막 과정인 ‘쇼 앤드 텔(Show and Tell)’은 후보들의 부모도 참관하는 이 작품의 전통. 영국 사이먼 폴라드 연출가는 “소년들은 이 시간을 즐기고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이만큼 해낸 것을 축하하는 자리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2005년 런던에서 초연된 ‘빌리…’는 동명의 영화를 무대에 옮긴 작품으로, 탄탄한 구성과 매혹적인 음악으로 10개의 토니상, 5개의 올리비에 상을 받았다. 1980년대 광부들이 대파업을 벌이던 시기, 영국의 한 탄광촌에 살던 빌리가 우연히 접한 발레에 빠져들어 발레리노의 꿈을 이루는 여정을 그렸다. ‘빌리…’는 올해 12월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국내에서는 2010년 초연됐다.

 빌리 역을 맡으려면 8∼12세에 키 150cm 이하의 남자 어린이여야 한다. 변성기가 오지 않고 탭댄스와 발레, 애크러배틱 등 여러 장르의 춤에 재능이 필요하다. 노래 실력은 기본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 ‘기적 같은 소년’ 빌리가 되기 위해 아이들은 두 차례의 오디션을 통과한 후 8개월 동안 매주 6일간 훈련을 받았다. 폴라드 연출가는 “기술적으로 이미 기량을 갖춘 아이보다는 열정과 개성이 있고, 악바리 정신이 있는지를 본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춤에 대한 열망을 담은 “뜨거워진 내 마음, 더 이상 숨길 수 없죠, 내 마음. 저 새들처럼 날아오르는 짜릿한 느낌”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불렀다. 훌쩍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에 몇몇 부모는 눈물을 흘리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태권도만 했던 성지환 군(11)은 “난생처음 춤을 배웠다. 정말 재미있고 할수록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발레를 한 이승민 군(13)은 “나도 빌리처럼 로열 발레단에 가고 싶다!”고 외쳤다. 빌리처럼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용을 시작한 전민철 군(13)은 “빌리의 마음을 잘 알기에 기회를 꼭 잡고 싶다”고 말했다. 빌리와 친구 마이클 역으로는 각각 4명을 선발한다. 아이들이 부르는 빌리와 마이클의 노래가 맑게 울려 퍼졌다.

 “문제없어. 너를 표현해봐. 진정한 너를 찾아.”

 뜨겁고 커다란 박수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손효림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