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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미국의 선택 트럼프, 출렁이는 대외정책에 대비해야

분노한 미국의 선택 트럼프, 출렁이는 대외정책에 대비해야

Posted November. 10, 2016 07:05   

Updated November. 10, 2016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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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소득감소와 일자리 위기에 불만을 품은 미국민의 지지를 업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출마 선언 11개월 만에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낳은 160년 전통의 공화당 후보가 되고, 마침내 대통령까지에 까지 오르는 대이변이다. 공화당은 상하원 선거에서도 대승을 거두었다.

 당초 미국 여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은 많게는 90%까지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아웃사이더가 백악관에 입성하자 할말을 잃은 모습이다. 처음부터 이번 선거는 민주 공화 양당 대결구도라기보다 힐러리로 대변되는 기득권 제도권 정치세력과 트럼프, 샌더스(민주당)로 대변되는 비제도권, 아웃사이더의 대결이었다. 기존 정치권과 주류 미디어가 민심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허를 찔렸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8년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세운 구호가 ‘변화’였다면 이번 선거의 키워드는 ‘분노’다.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은 깨졌고 중산층은 무너졌다. 수십 년간 지속된 신자유주의 정책은 월가의 탐욕을 방치해 있는 자, 가진 자들만을 위한 ‘자유’ 정책이 되었다는 생각이 미 중산층에 널리 퍼졌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는 공약을 비롯해 외국인과 이민자에 대한 극단적 혐오를 내세운 트럼프가 승리한 것은 중산층의 꿈이 무너진 백인 저소득 노동자들의 감성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외정책의 핵심 어젠다로 보호무역주의로 무장한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와 신고립주의를 내세웠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한마디로 ‘돈을 내라(Pay Us)’다.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도 지상군을 보내거나 돈을 내놓지 않으면 원유수입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중국을 향해서는“미국의 지식과 일자리를 훔쳐가는 강간국”이라며 ‘적대세력(Adversary)’으로 몰았다. 미중 갈등이 높아지고 동북아가 격랑에 빠져들면서 한반도가 주 전선(戰線)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나라가 온통 ‘최순실 파문’에 휩싸여 국정이 마비상태에 빠져있는 마당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미국발(發) 태풍까지 몰려온 것이다.

 트럼프는 한국을 향해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를 누리면서 경제발전을 구가한 ‘무임승차(Free Riding)국이라 비난하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및 핵무장 카드까지 내놓고 있다. 당장 주한미군 방위비를 지금보다 매년 9000억∼1조 원 추가로 지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는 북한 김정은을 향해서는 “미친 인간(Maniac)”이라면서도 “대화할 수 있다”며 직접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김정은 역시 미국과 대화하며 핵에 대한 암묵적 동의 및 미래 핵을 담보로 대북제재 완화 및 살라미형 보상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국면을 만들려고 시도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막지 않을 것이라던 트럼프의 호언이 과연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제교역은 물론 이민, 외교, 안보에 이르는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당장 국내 시장은 코스피가 2000선이 무너졌고 일본, 중국, 호주 등 아시아 증시도 폭락했다. 선거일 뒤 개장하는 뉴욕증시 동향에 따라 자칫 ‘검은 수요일’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줄곧 공격한 멕시코의 경우 페소화가 폭락했고, 세계 시장의 자금은 금과 엔화로 몰리고 있다.

 트럼프가 주창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어 개별국가들이 각자도생에 나설 경우 전 세계는 환율전쟁, 보호무역전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 경제를 저해한 “깨진 약속'의 대표적 사례”라며 재협상을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FTA 재협상으로 양허정지가 이뤄질 경우 2017년 이후 5년간 수출 감소 269억 달러, 일자리 손실이 24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다고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선거운동 기간의 트럼프 발언은 내부 지지층을 겨냥한 정치적 발언 성격이 강하다. 정책 검토에 상당한 시간을 들이는 미국 새 행정부의 패턴을 감안할 때 정책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시기는 2017년 여름 정도라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가 주는 교훈도 있다. 다름 아닌 자국의 안보는 자국이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평범한 상식이다.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을 재앙으로 만들지 기회로 만들지는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허문명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