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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협연 피아니스트 백건우 "이젠 즐기며 연주하고파"

스페인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협연 피아니스트 백건우 "이젠 즐기며 연주하고파"

Posted July. 13, 2016 07:19   

Updated July. 13, 2016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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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을 때까지 다 하지도 못할 것들, 이제는 즐기면서 하려고요.”

 의외의 대답이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71)가 누구인가. ‘건반 위의 구도자’라 불리며 여러 작곡가들의 전곡을 공부하면서 수많은 공연과 녹음을 한 연주인이다. 어느 하나에 꽂히면 집요하게 파고들며 음악 하나만을 위해 살아왔다.

 8일 서울 일신홀에서 만난 그는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무언가 해야겠다는 촉박함 같은 것이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음악은 제 싸움의 대상이었죠. 여전히 좋은 연주를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제는 음악 자체를 즐기려고 해요. 이런 생각을 갖게 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 것 같아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스페인 내셔널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 이후 9월 29일 갖는 리사이틀은 어떻게 보면 즐김의 자리다. 자신뿐 아니라 관객도 음악을 즐기게 하고 싶다는 취지의 연주회다. 연주회 제목도 ‘백건우의 선물’. 20일까지 신청곡도 받는다(www.vincero.co.kr).

 그는 피아니스트가 아니면 사진작가가 됐을 것이라고 종종 말할 정도로 사진에 애착이 많다. 좀 더 나이가 들면 사진으로 개인전 개최도 고려해 보겠다고 할 정도다.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한 만큼 사진을 찍는 자세도 변했다. “예전에는 구도를 잡고 충분히 생각을 한 뒤에 사진을 찍었다면 이제는 그때그때 느낌대로 순간을 찍는 것을 좋아해요.”

 사진 못지않게 상당한 그림 실력을 자랑하는 그는 많은 그림들을 그렸지만 아내 윤정희 씨를 단 한 번도 그려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유를 묻자 한참 고민 끝에 입을 뗐다. “너무 많은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요.” 옆에 있던 윤 씨가 빙그레 웃었다.

 백건우는 “과거를 돌아보기 싫어서” 자신의 앨범을 잘 듣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전히 시간을 내서 듣는 편은 아니다. 앨범을 듣지 않다 보니 생긴 몇 년 전의 일화도 있다. “차를 타고 가다 라디오에서 음악이 나오는데 잘 치면서도 저와 비슷한 곳이 있는 거예요. ‘누가 연주했을까’ 궁금해하며 끝까지 들었는데 DJ가 ‘백건우’라며 연주자를 소개하는 거예요. 하하. 내가 연주한 것도 몰라본 거죠.”

 매해 50회 넘는 공연을 소화하는 그는 요즘도 공연 전 떨린다고 고백했다. “적당히 연주를 한다면 떨 필요가 없죠. 그런데 전 너무 잘하고 싶어서, 목표가 너무 높다 보니 매 공연마다 떨려요. 아직도 부족한가 봐요(웃음).” 02-599-5743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