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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못 살릴 거면 비례대표 왜 뽑나

Posted June. 16, 2016 07:30   

Updated June. 16, 201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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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 관련 의혹은 4·13총선 당시 당 홍보 관련 업무를 하면서 업체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는지가 핵심이다. 어제 이상돈 당 진상조사단장은 “당으로 유입된 돈이 없다”며 당 차원의 리베이트 의혹을 부인하는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은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 이와 별개로 나이 30세에 대학시절 디자인 벤처기업을 창업한 경력이 고작인 김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 7번을 받은 것도 의문이다. 본인이 공천 신청도 하지 않았는데 비례대표 명단 발표 당일 새벽에 결정됐다는 건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비례대표는 취약계층 대변자나 각 분야의 전문가를 국회에 들여보내 입법의 전문성을 보완하려는 것이 기본 취지다. 문제는 김 의원의 경우처럼 비례대표 선발 과정이 불투명해 툭하면 말썽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총선 당시 비례대표 공천 문제를 놓고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당의 주류인 친노(친노무현)세력이 대립하면서 한때 당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해산된 통합진보당은 2012년 총선 때 비례대표 부정경선이 탄로 나면서 당이 갈라지고 결국 정당해산의 한 사유가 됐다. 과거 비례대표는 공천을 대가로 거액을 주고받는 불법 공천헌금의 온상이기도 했다.

 이번 국회에선 전문성을 고려해 비례대표로 공천하고도 엉뚱한 상임위에 배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언론 관련 시민단체에서 일한 경력으로 비례대표가 됐지만 언론을 다루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가 아닌 외교통일위에 배정되자 농성에 나섰다. 경영학자인 새누리당 김종석 의원이 외통위에,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출신인 새누리당 김승희 의원이 안전행정위에, 국방 관련 일을 해본 적이 없는 더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국방위에 배치된 것도 황당하다. “축구선수를 농구장에 놓아둔 격”이라는 추미애 의원 말대로 코미디일 뿐 아니라 세금 낭비다.

 비례대표는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사실상 ‘임명’해준 당 대표 등 지도부에 충성을 바칠 수밖에 없다.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 공천을 따내기 위해 당 실력자에게 줄을 서거나, 당을 위해 공헌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튀는 언행을 해서 물의를 빚기도 한다. 야당은 이런 비례대표를 더 늘리겠다고 총선 50일 전까지 선거구획정의 발목을 잡았다. 선정 과정에 문제가 많은 데다 전문성도 못 살리는 비례대표라면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



이진녕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