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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정명훈의 하차

Posted August. 29, 201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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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어제 한 인터뷰에서 감독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올 연말에 끝나는 감독직의 재계약 거부를 선언한 것이다. 그는 이미 잡힌 지휘 일정은 계속 맡겠으나 지휘료를 한 푼도 쓰지 않고 인도적 사업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작년 말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의 막말과 성추행 논란이 불거진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선 과도한 연봉과 항공료 허위청구 논란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불편하고 서운했던 마음이 엿보인다.

서울시향 사태는 박 전 대표와 사무국 직원들 사이의 갈등에서 시작됐다가 여성 최고경영인 대 스타 지휘자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져갔다. 지난해 12월 초 시향 직원 17명은 박 전 대표가 폭언을 일삼고 회식 자리에서 남성 직원의 신체 부위를 더듬었다는 호소문을 언론에 보냈다. 박 전 대표는 반박에 나섰고 정 감독이 직원들 배후라고 주장했다. 결국 박 전 대표는 자진사퇴한 뒤 경찰 조사를 받은 끝에 이달 11일 강제추행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 와중에 정 감독을 겨냥해 시향에서 지급한 항공권을 아들과 며느리가 사용했다는 것 같은 잡다한 의혹 제기가 이어졌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를 토대로 업무상 횡령 혐의로 정 감독을 고발해 경찰 수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음악계에서는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 지휘자를 엉뚱한 트집을 잡아 망신 주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2006년부터 서울시향을 이끌어온 정 감독 덕분에 지난해 유럽 4개국 주요 음악축제 초청 연주를 했다. 아시아 정상의 교향악단으로 주목받는 만큼 과보다 공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서울시향 내분으로 인한 여진과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4월로 예정됐던 미국 투어가 취소된 것을 비롯해 뉴욕타임스 등도 정 감독과 연관된 시향 사태를 보도했다. 올해로 서울시향이 재단법인으로 바뀐 지 10주년을 맞는다. 시민에게 사랑받는 오케스트라, 세계적 수준의 교향악단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아직 멀기만 한데 서울시향이 휘청거리는 것도,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떠나는 모양새도 씁쓸할 뿐이다.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