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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누리당, 박근혜 피로감 속에 역동성 잃나

[사설] 새누리당, 박근혜 피로감 속에 역동성 잃나

Posted April. 28, 2012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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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친박(친박근혜)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한 이후 당내 분위기가 경직되고 있다.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20일도 안 남았는데도 대표 출마자가 눈에 띄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다수 중진들은 모두 뒤로 숨은 채 박 위원장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 위원장 주도 아래 411 총선에서 승리한 뒤 명실상부한 박근혜당으로 탈바꿈했다. 비박() 진영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대세를 뒤집기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 위원장은 박심()은 없다며 당당한 승부를 주문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이 박심에 기대지 않으면 당 지도부도 제대로 구성할 수 없는 상황임을 드러냈다.

박 위원장의 1인 체제가 확고해질수록 친박 중진들의 충성 경쟁과 상호 견제는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핵심 측근이라도 박 위원장의 눈 밖에 날까 쓴 소리를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박 위원장이 어제 부산에서 친박 내부의 권력투쟁을 염두에 둔 듯 민생 외면하면 본인의 정치적 기회만 생각하는 것이라고 질타했으나 당장 가시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듯 하다. 앞으로 박근혜 피로감 속에서 당의 역동성이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야권은 총선 패배 이후 내홍을 겪으면서도 전열 정비에 한창이다. 민주통합당에선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 손학규 전 대표 등이 대선후보 경선을 벼르고 있다. 민주당의 1차 레이스가 끝나면 장외()에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2차 단일화 논의도 예상된다. 이들 사이의 정치 흥행이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것이다. 반면 비박연대의 존재감이 미미한 새누리당에선 박 위원장의 독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여야의 대조적인 모습은 대선정국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새로운 것이 낡은 것을 밀어내는 승리의 원칙이 적용돼 왔다. 지켜야할 가치를 지키면서도 변화와 쇄신의 주도권을 쥐어야 최종 승자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10년 전 하늘을 찌를 듯 했던 이회창 대세론이 노무현 신풍()에 무너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새누리당이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안이한 인식으로 대세론에 안주한다면 박근혜 피로감은 더 커질 것이다. 12월 대선까지 민심은 여러 차례 요동칠 게 분명하다.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좁혀지지 않으면 박근혜 대세론은 언제든지 허무하게 무너져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