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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94년 전의 무명용사 하관식 가서 경례한 오바마

[사설] 94년 전의 무명용사 하관식 가서 경례한 오바마

Posted March. 18, 201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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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국 국민이 110세로 타계한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생존용사 프랭크 버클스에게 보여준 경의가 세계인의 감동을 자아낸다. 16세에 나이를 속이고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그는 앰뷸런스 운전병으로 복무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일본군에 3년간 포로로 붙잡혔다가 풀려났다. 무공훈장을 받은 적도 없는 무명용사였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그의 유해를 링컨 기념관과 펜타곤, 워싱턴 기념비가 내려다보이는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했다. 1차대전의 영웅인 존 퍼싱 원수 묘역의 바로 옆자리다. 미국을 위해 싸운 이들에 대해서는 계급의 고하()를 따지지 않는 원칙을 말없이 보여준다.

지난달 27일 타개한 버클스의 하관식이 있던 15일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국사()를 제쳐둔 채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았다. 성조기에 싸인 그의 관 앞에서 경건하게 묵념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국방부 주재로 엄수된 하관식에 수천 명의 추모 인파가 몰렸다. 백악관을 비롯한 미국 전역의 공공기관과 해외 미국 공관, 미군 함정에도 조기가 걸렸다.

일신의 안위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군인, 경찰, 소방관 같은 이른바 제복 입은 대원에 대한 미국의 예우는 각별나다. 미군은 밀림을 헤치고 강바닥을 뒤져서라도 실종 군인과 전사자를 찾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인들은 소방관을 존경한다. 미국의 소방관들은 911테러 때도 붕괴 직전의 건물 속으로 들어가 생명을 구해내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이가 많았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최악의 위기상황에 처하자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긴급수리 요원으로 자원한 59세 지방전력회사 직원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6개월만 지나면 정년퇴직 후 안락한 노후생활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원전과 주민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나선 것이다. 눈물로 배웅하는 가족도 그의 결심을 막지 않았다.

후쿠시마 원전은 폭발이 이어지고 방사선 노출이 심해 어찌 보면 전쟁터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다. 설사 목숨을 잃지 않더라도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그럼에도 전국에서 자원해 달려온 기술자들과 철수를 거부하고 현장에 잔류한 원전 직원 180여명이 원자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직업에 대한 투철한 책임감, 자신보다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애국 애민의 정신없이는 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영웅들이 적지 않다. 천안함 폭침 때 자진해 실종 장병 수색을 위해 찬 바닷말에 뛰어들었다가 순직한 UDT(해군 특수전여단)의 전설 한주호 준위를 비롯해 숱한 군인과 경찰, 소방대원 등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이러한 영웅들의 애국 애족을 국가사회가 선양()해줘야만 대한민국이란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