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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이제 날 분해하게 만드는 감독 만나고 싶다”

전도연 “이제 날 분해하게 만드는 감독 만나고 싶다”

Posted July. 17, 2017 07:19   

Updated July. 17, 2017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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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한 번쯤 돌아볼 필요도 있겠다 싶었어요. 20주년 행사가 영광스러우면서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그동안 수고했어’가 아닌 ‘앞으로도 수고해’란 의미로 받아들이려고요.”

 14일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배우 전도연의 ‘스크린 데뷔 20주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미니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그는 영화 관계자들로부터 ‘한국 영화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는 찬사가 쏟아지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겸손해했다.

 “처음 배우를 시작할 때는 이렇게 오래할지 몰랐어요. 어느새 정말 꿈이 돼버려서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하고 싶어요. 예전엔 전도연과 일은 별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전도연이 영화이고, 이제 영화는 제 자신이죠.”

 1997년 멜로 드라마 ‘접속’을 시작으로 스크린에 발을 들인 전도연은 한국 배우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밀양’ 등 17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여배우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순진한 첫사랑에 빠진 소녀(영화 ‘내 마음의 풍금’)도, 불륜에 빠진 여성(‘해피엔드’)도 연기했다. 액션부터 누아르, 로맨스까지 도전한 장르도 다양하다.

 “다들 영화 많이 찍었다지만 전 왜 이것밖에 못 했을까 싶어요. 이번에 17편이란 소리를 듣고서도 ‘그것밖에 안돼?’ 하면서 하나하나 꼽아봤죠(웃음). 다시 돌아간다면 더 많은 영화를 하고 싶어요. 연기하는 것과 현장을 좋아하게 됐고, 그게 제겐 에너지예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래 일할 수 없을 텐데, 어느 순간 스트레스가 아니라 즐거움이 된 거죠.”

 17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첫 영화인 ‘접속’과 칸국제영화제 수상작인 ‘밀양’ ‘해피엔드’ 등 세 편을 꼽았다.

 “‘접속’은 첫 영화라 의미가 있고, ‘밀양’은 칸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준 영화니까 애착이 가요. 특히 밀양을 하면서는 꾸미는 게 아니라, 내가 느끼고 아는 만큼만 연기하면 되는 구나 느꼈어요. 연기의 터닝포인트가 됐죠. ‘해피엔드’는 다들 그 영화 찍을 때 힘들지 않았느냐고 묻는데, 감독님과 소통이란 걸 처음 해본 영화라 제겐 너무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전도연은 다음 영화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제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제게 요구하고, 저 자신을 분해하게 만드는 감독님을 만나고 싶어요. 늘 기다립니다. 언제 18번째 영화를 찍게 될지, 또 제가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될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할게요(웃음).”



장선희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