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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 대신 분열로 가는 트럼프 취임식

Posted January. 16, 2017 07:00   

Updated January. 16, 2017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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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1기 외교안보 라인’이 본격적인 국정 수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삐거덕거리고 있다. 일부 강경파 성향 인사는 최근 진행된 미 의회의 인준 청문회 등에서 서로 다른 시각을 드러내고 트럼프가 공약을 통해 강조했던 내용과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성이 핵심인 외교안보 정책이 자칫 ‘내부자’들 간 갈등으로 집권 초기부터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책임질 핵심 인사로 꼽히는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가 대(對)러시아 외교를 놓고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린은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주요 협력 대상으로 여긴다. 플린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뒤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와 자주 만나며 향후 미-러 관계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지난해 12월 말 러시아 외교관 추방 등 ‘미 대선 개입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한 직후에도 키슬랴크 대사와 접촉했다. 푸틴 대통령이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은 배경에 플린이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많다.

 반면 ‘미친개’란 별명이 있을 만큼 야전 사령관 스타일이 강한 매티스는 러시아를 중요한 안보 위협으로 규정지었다. 그는 12일 열린 청문회에서 “러시아는 미국의 경쟁자이고, 양국 간에 협력 가능한 영역은 줄고 대립하는 영역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매티스는 지난해 타결된 이란 핵 합의와 관련해선 “미국도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밝혀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트럼프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민간 기업에서만 근무한 경력으로 논란이 됐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지하는 등 트럼프의 핵심 공약과 반대되는 시각을 지니고 있어 향후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일각에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이 동시에 큰 문제없이 활동했다는 반론도 나온다. 트럼프도 최근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이) 내 의견이 아닌 자신의 의견을 밝히길 바라고 그들은 아주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는 “(트럼프는) 복제 인간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 인사들의 성향은 과거 정부의 인사들보다 훨씬 강경하고 조정 능력은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또 공직 경험이 없고, 즉흥적인 성격의 트럼프가 이들을 원만하게 조율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토머스 맥라티는 “(트럼프의 외교안보 라인에서 나타나는 시각차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런 건 정말 처음 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세형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