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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적인 230만 촛불, 헌법절차 따른 권력 이양 요구한다

평화적인 230만 촛불, 헌법절차 따른 권력 이양 요구한다

Posted December. 05, 2016 07:10   

Updated December. 05, 201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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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인 3일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이 다시 거리를 밝혔다. 주최 측 추산 연인원 232만 명, 경찰 추산 순간 최다인원 43만 명이 참가한 6차 촛불 집회는 1987년 6월 항쟁을 훨씬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박 대통령이 지난 주 3차 대국민담화에서도 최순실 게이트의 책임을 분명히 인정하지 않자 쌀쌀한 날씨에도 시위군중이 더 불어난 것이다. 

법원은 이번에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지점까지 집회와 행진을 처음 허용했다.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이 허용하는 최단 거리다. 1, 2차 촛불 집회 때 청와대에서 약 1.3km 떨어진 곳으로 제한됐던 집회가 900m(3차), 500m(4차), 200m(5차)에 이어 박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을 정도로까지 좁혀졌다. 그간의 촛불집회가 경찰 우려와는 달리 비폭력적으로 진행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촛불집회의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거두어가는 바람에 다음날이면 거리는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여론은 1일 현재 75.3%였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대구에서도 촛불집회에 5만명이 참가했다. 6월 항쟁도 넥타이 부대가 참여하면서 물줄기가 바뀌었다. 지금은 보수층과 중산층을 비롯해 연령, 성별, 지역 등을 떠나 대다수 국민이 박 대통령에게 국정에서 손을 떼고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국민이 중도에 바꾸는 혁명 같은 일이 과격 폭력 시위로 변질되지 않고 민주주의의 축제처럼 진행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민도가 어떤 수준인지를 보여준다.

 외신들도 역동적이면서도 평화롭게 진행되는 촛불 집회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촛불 집회에 대해 “김치만큼이나 한국적”이라면서 “깜짝 놀랄만한 정치적 행동의 표출”이라 평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박 대통령의 퇴진 지연 전술을 비판하며 “지금 서커스를 끝냄으로서 약간의 품위는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부끄럽게 만든 대한민국의 국격을 촛불집회가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 탄핵 소추안의 국회 표결이 9일로 예정되면서 이번 주가 촛불 정국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 6월 대선’을 밝히더라도 과연 여론이 진정될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더는 주저하지 말고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차기 정권에 순조롭게 권력을 이양할 준비를 하는 도리밖에 없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