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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혹등고래 특징 활용...고효율 에이컨 팬 개발

LG전자, 혹등고래 특징 활용...고효율 에이컨 팬 개발

Posted May. 25, 2016 07:37   

Updated May. 25, 2016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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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음을 내고, 전력을 잡아먹는 에어컨 실외기 팬의 효율을 높일 방법이 없을까.’

 에어컨 관련 연구개발자들의 큰 숙제를 LG전자 연구원과 서울대 공대 기계항공공학부 연구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이 처음으로 풀었다. 비결은 ‘혹등고래’와 ‘큰가리비’다. 둘의 생물학적 특징을 모방한 팬은 이달 판매를 시작한 시스템 에어컨 ‘멀티브이 슈퍼5(Multi V Super5)’에 처음 적용됐다.

 멀티브이 슈퍼5 실외기 팬의 날개 앞쪽에는 조그만 혹이, 표면에는 세로 방향의 홈이 각각 있다. 날개가 돌 때 공기 흐름을 마치 물이 흐르도록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조그만 혹은 혹등고래에서 힌트를 얻었다. 무게가 30t에 이르는 혹등고래는 가슴지느러미에 있는 혹들 덕분에 재빠른 몸짓으로 먹이를 사냥할 수 있다. 지느러미 움직임대로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돕는 혹 덕분이다. 세로 모양 홈도 물의 흐름을 자신의 이동 방향과 같게 만드는 큰가리비 표면을 닮게 했다.

 LG전자 에어솔루션사업부장인 이재성 전무는 “혹등고래와 큰가리비의 모양을 닮은 실외기 팬 덕분에 시스템 에어컨 멀티브이 슈퍼5는 기존 제품보다 소음은 2데시벨, 소비 전력은 10% 이상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LG그룹 계열사들이 국내외 대학과 힘을 모아 혁신적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단순히 대학을 후원 대상으로 삼고, 장학금 및 기술을 지원하는 데 그쳤던 이전과는 다른 모양새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팀을 꾸리기도 한다. 현장 연구원이 직접 대학 강단에 서 시장 트렌드를 전하기도 한다.

 LG디스플레이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은 9월부터 포스텍 교수로 변신한다. LG디스플레이와 포스텍이 9월 국내 처음으로 시작하는 ‘산학 일체 교수 제도’ 덕분이다. 책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의 자질을 키우고, 노하우를 전달한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생생한 고민도 함께 나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포스텍 대학 연구실에서도 LG디스플레이가 제안하는 연구를 함께 진행해 연구 성과를 공유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LG화학 수석연구위원(전무)으로 자리를 옮긴 이진규 전 서울대 화학부 교수의 결정도 LG화학과 진행한 공동 연구 덕분이었다. 무기 나노 소재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이 전 교수는 안식년이었던 2013년 LG화학 중앙연구소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한 뒤 LG화학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였다. ‘좋은 인재, 장기간 걸리는 기술개발에 대한 인내, 제품 개발 경험 등 3박자를 모두 갖춘 회사’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LG하우시스도 지난해 10월 미국 하버드대와 함께 미래 건축물과 도시에 적용될 건축자재 분야 연구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LG하우시스는 하버드대 그린빌딩·도시연구센터에 3년간 30만 달러(약 3억5400만 원)를 지원하는 등 지속 가능형 차세대 건축자재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