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정운호’ 사건 둘러싼 전관예우와 로비 의혹 엄중 조사하라

‘정운호’ 사건 둘러싼 전관예우와 로비 의혹 엄중 조사하라

Posted April. 29, 2016 08:10   

Updated April. 29, 2016 08:50

中文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필리핀 원정도박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나 보석을 받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시도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에 연루된 브로커 이모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전격 발부했다. 검찰은 “이 씨 본인의 청탁 의혹에 관한 조사”라고 밝혔으나 이 씨는 지난해 12월 정 대표 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 L 부장판사와 저녁식사를 함께 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 대표는 부장판사 출신 변호인들을 선임한 것과 별도로 인맥을 총동원해 로비를 시도했다. 정 대표의 항소심 변호를 맡았다 폭행당하고 해임된 최모 변호사의 폭로에 따르면 정 대표는 자기 회사가 협찬한 미인대회에 한 부장판사의 딸이 입상하도록 도와준 정황이 드러났다. 그 부장판사도 정 대표 석방 로비에 연루된 동원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고 한다. 수도권 법원의 K 부장판사도 정 대표와 친한 성형외과 의사를 통해 항소심 재판부에 청탁해줄 것을 부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에 대한 검찰의 항소심 구형도 이례적으로 1심의 3년에서 2년 6월로 줄어들었다. 검사장 출신 H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가 관대한 구형을 가능하게 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H 변호사는 앞서 정 대표의 마카오 원정도박 사건 수사에서는 무혐의처분을 받아내 1억 5000만원의 수임료를 받았다. 정 대표의 전관을 동원한 로비가 검찰에선 먹힌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엄중하게 수사해야 한다.

 전관예우와 법조브로커는 법조계의 고질적 병폐다. 1999년 대전 법조비리 사건 땐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에게서 돈을 받았다가 검사 6명이 옷을 벗었다. 2006년에는 법조브로커 김흥수 씨의 폭로로 차관급인 고법 부장판사가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에는 한 판사가 사채업자로부터 억대의 돈을 받아 구속 기소됐다. 이같은 법조비리를 청산하기 위해 제도 개선책이 숱하게 나왔으나 아직도 부장판사가 버젓이 브로커엑 향응을 받는 구태가 근절돼지 않고 있다니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정 대표의 로비 의혹은 갈등을 빚은 변호사의 폭로가 없었다면 수면 아래 감춰져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법조계에서 이 같은 전관예우와 브로커 로비가 얼마나 만연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은 팔이 안으로 굽는 ‘제 식구 감싸기’ 비난을 듣지 않으려면 모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