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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선정 ‘우수도서’의 이념 공방

Posted February. 04, 2016 07:19   

Updated February. 04, 201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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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지식인포럼 스토리K’라는 단체가 2006∼2015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역사부문 우수 교양도서로 선정한 책 345권을 점검했다. 이 단체는 이 중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128권 가운데 24권이 편향성을 띠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청년지식인포럼이 우파 단체이므로 편향은 좌파로 치우쳤다는 뜻이다. 정부가 공인한 우수도서 5권 중 1권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발전상을 부정하고 북한을 긍정적으로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가 편향됐다고 지목한 책 중에는 2011년 우수도서 ‘망국의 역사, 조선을 읽다’(돌베개)가 있다. 이 책에는 ‘한국은 아직도 식민지 사회다. 정해진 식민 지배자가 없는데도, 미국이든 국제 거대 자본이든 상전을 모시고 싶어 하는 식민지 사회다’라고 쓰여 있다. 이 구절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식민지라는 말이냐’라고 분통을 터뜨릴 만하다고 본다. 이 구절은 에필로그 중에서도 마지막 두 문장으로 이 책을 쓴 역사학자 김기협의 결론에 해당한다.

 ▷김기협은 조선이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된 과정을 2차 사료를 토대로 개괄한다. 그는 서세동점(西勢東漸) 시기에 조선은 일제의 강압적 근대화를 겪어 보존해야 할 전통이 말살됐다고 본다. 전통과 변화의 순조로운 연결이 차단된 것이 타율적 근대화의 가장 근본적인 피해라고 지적한다. 옛 지배층이 가장 수치스럽게 여겼던 ‘여민쟁리(與民爭利·백성과 이익을 다툼)’의 도덕적 전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은 아직 식민지’ ‘한국 근대화는 강간으로 낳은 사생아’라는 요약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라는 단체는 ‘우리 역사 제대로 보기 범국민 역사책 읽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좌파 단체가 추천한 책 30권 중에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휴머니스트)이 문체부의 우수도서로 선정돼 청년지식인포럼이 문제를 삼았다. 시각이 다른 쪽을 죄다 극단으로 몰아붙이는 태도는 잘못이다. 이래서는 목소리 낮은 중도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이 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李振 评论员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