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에 동파육-갈비탕…‘황제 점심’ 차려주는 관리소 직원

황수영 기자ghkdtndud119@donga.com2025-12-03 11:49:00

A 씨가 직접 만든 동파육. 보배드림
● “장도 보고 요리도 제가 합니다”…1년째 이어진 ‘3000원 점심’

직장인 3000원 점심 시리즈”를 올리고 있는 A씨가 직접 장보고 요리해 만든 식단들. 모든 메뉴는 A씨가 촬영해 공유한 실제 사진이다. 보배드림
사실 A 씨의 ‘3000원 점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200개가 넘는 게시물을 올리며 직원들의 점심을 꾸준히 책임져 왔다. 감자탕, 김치찜, 들기름 막국수, 닭백숙, 감자전 등 메뉴도 다양하다. A 씨는 “장을 보고 요리까지 모두 제가 한다”며 재료 준비부터 조리 과정, 완성 사진까지 매번 꼼꼼히 공개해왔다.

A씨가 직접 만든 누룽지백숙과 치킨 메뉴. 보배드림
A 씨는 자신을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요식업 경력은 없지만 점심 만드는 게 즐거워 인터넷 레시피를 찾아 계속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들이 맛있게 먹어 주니 더 잘하고 싶어져, 가능한 한 끼 한 끼를 특별하게 차려보려고 메뉴를 계속 고민한다”며 “점심을 준비하면서 오히려 더 큰 행복을 느끼게 됐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이 회사 어디냐”, “5000원 낼 테니 같이 먹고 싶다”, “이게 진짜 3000원이라고?”라며 부러움과 놀라움을 드러냈다. 가장 많은 질문은 “3000원에 어떻게 가능하냐”였다.
● “3000원 가능한 이유”
이에 대해 A 씨는 식대를 하루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 모아 운영하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아파트에서 제공하는 쌀 △월 5000원씩 따로 걷는 김치값 △대량 구매한 양념류 △전날 지출이 많으면 다음날 저렴한 메뉴로 조절하는 방식 등이 더해진다. A 씨가 휴가일 때는 국·밥 위주의 단순 식단으로 운영하고, 이렇게 남은 예산은 다른 날 ‘특식’으로 돌린다.
현재 고정 식사 인원은 7명이다. A 씨는 “7인분 갈비탕을 만들 때 고기 값이 약 1만2000원 정도이고, 여기에 계란과 양파·대파 같은 기본 양념만 더하면 충분하다”며 실제 원가 구조를 설명했다.

누릉지백숙 사진을 공유하자 직원들이 채팅방에서 즐겁게 반응하는 모습(왼쪽). 월 단위 식대 정산 내용으로, 인원별로 4만~6만 원가량이 걷힌다(오른쪽). 보배드
● 외식비 급등 속 더 빛난 ‘3000원 점심’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주요 외식 메뉴 가격은 1년 새 평균 3.44% 올랐다. 칼국수는 9846원(4.91% 상승), 삼계탕은 1만8000원(4.23% 상승), 김치찌개백반은 8577원(3.72% 상승)까지 오르며 직장인 점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000원으로 푸짐한 한 끼를 차려내는 A 씨의 점심은 직장인들에게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것에 대해 “그저 매일 즐겁게 드시는 모습을 기록해 공유했을 뿐”이라며 “업무에 지장 없는 선에서 3000원 점심은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