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탈모 치료제 피나스테리드, 자살 충동 등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 유발”

박해식 기자pistols@donga.com2025-09-30 11:13:00

남성 탈모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피나스테리드가 심각한 정신 건강을 유발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메이어 브레지스(Mayer Brezis) 교수는 국제 학술지 임상 정신의학 저널(The 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에 발표한 리뷰 논문에서 피나스테리드의 위험성과 의료당국 및 제조사의 안이한 대응을 조명했다.
세계 각국 주요 연구 종합
연구 결과, 피나스테리드 사용자들은 비사용자보다 우울증, 불안, 자살 충동 등을 경험할 위험이 유의미하게 컸다. 수십만 명이 정신 건강 문제를 겪었을 수 있으며, 일부 사례에서는 약물 복용과 관련된 자살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한 해 평균 640명 이상이 자살 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약리학적 메커니즘: 단순 탈모약 그 이상
피나스테리드는 1997년 미 FDA 승인을 받아 남성형 탈모 치료젤 출시되었으며, 젊은 남성에게 위험이 낮고 효과가 확실한 약으로 홍보됐다.
피나스테리드는 테스토스테론이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남성형 탈모 촉진 물질)로 전환되는 것을 차단하는 약물이다. 그러나 동시에 기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스테로이드(예: 알로프레그난올론)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동물 연구에서는 장기적인 신경 염증, 해마 구조 변화가 관찰됐으며, 복용 중단 후에도 수개월~수년간 지속되는 ‘포스트 피나스테리드 증후군’이 보고되면서 단순 탈모 치료 약물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증후군은 불면, 공황발작, 인지 기능 저하, 지속적인 자살 충동 증세를 보인다.
논문은 FDA와 제약사 머크(Merck)의 대응 지연을 강하게 비판한다.
FDA는 2011년 우울증 부작용, 2022년 자살 위험성을 라벨에 추가했지만, 블랙박스 경고(의약품 라벨에서 가장 강력한 경고 표시)는 적용하지 않았다.
내부 문서와 연구 자료에 따르면, 초기 경고 신호가 존재했음에도 충분한 관리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1년 FDA가 기록한 피나스테리드 관련 자살 사례는 18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 세계 사용량을 감안하면 실제 수치는 수백 건에 달했어야 한다고 논문은 주장한다.
또한 제조사는 “무엇보다도 환자 안전이 중요하다”고 밝혔지만, 자사가 주도한 안전성 연구는 전무했다.
브레지스 교수는 “피나스테리드가 낮은 의학적 필요를 가진 미용 목적 약물로 분류되면서, 심각한 부작용에도 규제와 연구가 소홀히 진행됐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용 목적 약품으로 인해 전 세계의 수많은 남성이 심각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면서 “이 약은 생명을 살리는 치료제가 아니다. 단지 ‘머리카락’에 관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권고사항 및 안전 주의
-미용 목적(탈모 치료) 피나스테리드 사용 중단
-시판 후 안전성 연구 의무화
-자살 사례 조사 시 약물 복용 이력 체계적 기록
연구진은 이 논문을 한 피해자에게 헌정했다.
그는 사라진 머리카락을 얻기 위해 피나스테리드 복용을 시작했다. 평소 건강하던 그는 복용 일주일 만에 심각한 정신적 고통에 빠져들었고, 약물 중단 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최고의 전문가들에게 치료받았음에도 나아지지 않은 그는 몇 달 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DOI: 10.4088/jcp.25nr15862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