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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유색인종 여의원 조롱했다 역풍

트럼프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유색인종 여의원 조롱했다 역풍

Posted July. 16, 2019 07:52   

Updated July. 16, 201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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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민주당의 유색인종 출신 초선 하원의원 4인방을 향해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가 거센 인종차별 비판에 직면했다. 불법 이민자 단속, 시민권 여부를 따지는 인구조사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논란이 이어지는 시점에 터진 노골적인 인종차별 메시지여서 여론의 비난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트위터에 “세계에서 가장 부패하고 무능하며 재앙적 국가 출신의 민주당 진보 여성 의원들이 가장 강력하고 위대한 미국의 운영을 두고 사납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는 게 흥미롭다”며 “망가지고 범죄가 들끓는 원래 나라로 돌아가 그곳부터 바로잡으면 어떠냐”고 비아냥댔다. 그는 “그런 지역들은 당신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니 빨리 떠나라.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도 신속히 귀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가 겨냥한 대상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30·뉴욕), 일한 오마(37·미네소타), 라시다 털리브(43·미시간), 아이아나 프레슬리 의원(45·매사추세츠)이란 평가가 나온다. 미 언론이 흔히 ‘스쿼드(Squad·한 무리의 친구 집단)’로 부르는 이들은 2019년 1월 하원에 입성하자마자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정책을 비판하며 대통령의 눈엣가시가 됐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가 역풍을 우려해 꺼리는 대통령 탄핵을 거침없이 언급하고 유대계 비판도 서슴지 않아 펠로시 의장 등 지도부와도 대립해 왔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푸에르토리코계, 오마는 소말리아계 무슬림, 털리브는 팔레스타인 난민 2세, 프레슬리는 흑인이다. 소말리아 난민으로 10대 때 시민권을 취득한 오마를 제외한 3명은 미국 출생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태어나도 유색인종은 미국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발끈한 오마 의원은 “대통령이 백인 민족주의를 부추긴다”고 맞받아쳤다. 프레슬리 의원과 털리브 의원도 대통령을 ‘인종주의자’라고 비판하며 탄핵론을 또 제기했다. 그간 초선 4인방의 튀는 행동을 못마땅해했던 펠로시 의장도 “다양성이야말로 미국의 힘”이라며 이들을 감쌌다. 펠로시 의장은 트위터에 “대통령의 발언은 나라를 분열시키는 외국인 혐오(xenophobic) 발언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그의 구호는 ‘미국을 다시 하얗게(Make America White Again)’나 마찬가지”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논란이 벌어지자 이날 밤 다시 트위터에 “민주당이 미국을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을 옹호하는 것을 보니 슬프다. 이들이 미국에 대해 말하는 끔찍한 것들, 자신의 적대 세력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모는 역겨운 말을 이대로 넘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 언론은 민주당 지도부와 강경파 초선 의원들의 분열을 노린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되레 민주당의 결집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이민자 및 이민 2세 의원은 하원에 52명, 상원에 16명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14일은 미 전역을 대상으로 대대적 불법 이민자 단속이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CNN 등에 따르면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주도하는 이번 작전은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9개 대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