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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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비냉장고
김혜순(시인·서울예대 교수) ,
이남호(문학평론가·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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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거의 모든 투고작에서 일정수준 이상의 언어 구사력과 시상 전개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강한 개성을 보여주는 작품은 많지 않았다. 새로운 시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상상력이다. 기성 시인의 스타일을 알게 모르게 흉내내고 있는 듯한 작품들이 종종 눈에 띄는 것은 유감이다. 또한 신춘문예를 의식한 듯한, 상투적 틀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유감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그 시적 완성도가 높다하더라도 바람직한 것이 못된다.
<사냥철>,<글자연습>,<거품>,<나비의 가을>,<암말>,<불화그리는 어머니>,<거울을 품다>,<가문비냉장고>,<두근거리는 신전> 등의 작품들이 최종적으로 논의되었다. 어느 작품이던지 당선작으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었지만, 또한 이러저러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 가운데서 <가문비냉장고>와 <두근거리는 신전>가 돋보였다. 당선자는 쉽게 결정되었지만, 어느 작품을 당선작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다. <두근거리는 신전>은 비유적 묘사가 화려했다. 비유적 언어를 구사하는 솜씨가 대단했지만, 오히려 한 작품 속에 인상적인 비유들이 너무 많은 것이 흠이 되었다. 그리고 비유와 언어의 화려함에 파묻혀 버린 주제의 애매함도 문제가 되었다. 결국 개성적인 이미지와 주제가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가문비냉장고>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당선작 <가문비냉장고>는 매우 흥미로운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전혀 이질적인 가문비나무와 냉장고를 연결시켜 하나의 의미 공간을 만들어내는 시적 상상력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이 작품은 가문비나무 아래 버려진 냉장고의 이미지를 빌어 와서, 치유할 수 없는 상처 또는 고통의 아우라를 개성적으로 환기시킨다. 나무라는 유기체 이미지와 냉장고라는 무기체 이미지 사이의 단절을 역으로 이용하여 의미를 생성한다. 그리고 왜 하필 가문비나무이고 왜 하필 냉장고인가를 시적으로 설득시킨다. 시상의 전개도 적절하며, 안정감도 있다. 앞으로도 이런 개성적인 상상력을 적극 살려서 삶의 진실을 충격적인 이미지로 드러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당선자에게 큰 축하를 보내며, 앞으로의 대성을 기원한다. 아깝게 탈락한 다른 예비 시인들에게도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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