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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효서·은희경 소설가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7편이었다. 4편은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였고 3편이 밑도 끝도 있는 이야기였다.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라는 표현이 소설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말은 아니다. 기존의 서사 질서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소설답지 않다는 평을 받을 수 없다. 소설을 포함해 예술은 생물처럼 변하는 개념 안에 있기 때문이다.

 

질서를 따르지 않는 이유는 질서 자체에 혐의를 두기 때문이다. 질서 사회에서는 질서가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예술의 세계에서는 억압일 수 있다. 그래서 질서의 세 축인 시간, 공간, 인간을 왜곡하고 이탈한다. 이는 얼핏 혼돈처럼 보이지만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질서를 지킨 작품과 거부한 작품별로 그것을 이루어낸 솜씨에 점수를 매길 수밖에 없었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연자 씨는 세계와 현상을 독특한 감성으로 바라보는데, 그 시선이 낱낱하고 집요해서 읽는 내내 무서울 정도였다. 다 읽고 났을 때 그려지는 인상이 문장의 섬세함과 날카로움에 버금간다면 분명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실러캔스 또는 속도에 관한 농담에서는 통 큰 패기가 느껴졌다. 35000만 년이라는 시간과 더불어 아무리 먼 장소와 관계의 거리까지 한 번에 건너뛰려는 시도가 그것이었다. 성공적인 사태와 문장으로 조직되었더라면 정말 통쾌한 소설이 될 뻔했다.

 

내가 만든 사례에 대하여는 잘 읽히고 작가의 의도를 어렵지 않게 거니챌 수 있을 만큼 짜임새가 눈에 익었다. 찬찬한 화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와 양심 선언하듯 난민의 현실과 그 문제를 다루는 국제기구, 난민의 사례를 연구하는 학자의 소회를 밝힌다. 세계인이 함께 생각하고 고민할 문제를 곡진한 방식을 빌어 제기하는 소설이, 오랜만인 듯 반가웠던 것은 물론 작가의 훌륭한 이야기 솜씨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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