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당선작
2017
2016
2015
2014
2013
2012
2011
2010
2009
2008
2007
2006
2005
2004
2003
2002
2001
2000
1999
1998





이정향 영화감독·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

올해 시나리오 응모작은 72편이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10편 중에서 당선작을 내는 일은 쉽고도 어려웠다. 다시 말해, 당선작과 각축을 벌일 만한 작품이 없었고, 또한 당선작을 내면서도 개운하지 않았다.

이미 여러 영화에서 다루었던 시간 여행을 소재로 삼은 비밀의 창고는 상황 설정이 새롭지 않아서 기시감도 들었다. 하지만 과거를 바꿔서 현재를 다시 쟁취한다는 기존의 익숙한 전개보다는 과거를 놓아주고 새로운 미래를 피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소박한 차별화에 심사위원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한정된 공간에서 처음 만난 인물들이 통성명도 하지 않은 채 끝까지 극을 끌어가는 나이스 크리스마스는 연극적인 독특함보다는 산만함이 더 해 점수를 잃었다. 제주도의 풍광을 배경으로 해녀들의 삶을 보듬은 숨비소리는 착하고 건강한 시나리오지만, 주인공 남녀의 사랑이야기에 집착해 작은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비밀의 창고는 결선에 오른 작품들 중에서 가장 안정된 글 솜씨를 보였고, 무리해서 꾸미지 않은 덕에 작가의 차분한 목소리가 느껴졌다. 하지만 익숙한 소재를 다룬 탓에 점수를 크게 얻지 못했기에,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내는 심정은 칭찬이라기보다는 격려에 가까움을 헤아려주기 바란다. 그만큼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마음이 크다.

 

 

Copyright 2002 donga.com. E-mail.sinchoon@donga.com
Privacy policy.